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의 총재가 총리직을 역임한다. 현재 일본의 다수당이 자민당이기 때문에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는 총리를 선출하는 것과 같다. 파벌 정치가 중요한 일본에서는 당선을 위해 계파의 지지가 필수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이끄는 호소다파(97명)가 최대 파벌이며 아소파(53명), 다케시다파(52명), 니카이파(47명), 기시다파(46명), 이시바파(17명), 이시하라파(10명) 등이 뒤를 잇는다.
현재 총리 후보군 물망에 오른 인물 중에선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이 가장 유력하다. 고노 담당상은 지난 4~5일 요미우리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로 적합한 정치인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속한 아소파(자민당 내 세력 2위)의 확실한 지지를 얻지 못했다. 다만 총재 선거 이후 중요한 선거를 치러야 해 국민적 지지가 있는 고노 담당상에게 지지가 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노 담당상은 과거 아베 신조 내각에서 외무상, 방위상을 지내며 한국에 대한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강제성을 인정한 지난 1993년 '고노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의 장남이다. 아울러 과거 탈원전 정책이나 여성 일왕을 허용하자는 등 자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낸 합리적 인사라는 평가도 있어 스가 내각과는 다른 한일관계가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번째로 눈여겨볼 인물은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이다. 그는 지난 2015년 아베 내각에서 외무상을 역임하며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끌었던 당사자다. 그만큼 아베 전 총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이 수장인 기시파를 비롯해 호소다파의 지지도 끌어올 수 있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집권하면 스가 내각이 재현된다는 평가가 많아 한일관계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일본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 한국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친한파' 이시바, 불출마로 고노 지원?… 아베는 '극우' 다카이치 지지━
반면 무파벌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은 아베 전 일본 총리의 지지를 받아 선거 후보로 급부상했다.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과거 소속됐던 호소다파와 다른 파벌들의 보수계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8일 NHK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다고 선언했다.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후보들 중 가장 강경한 보수파다. 지난 3일 BS후지방송에 출연해 총리가 된 후에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직책에 관계 없이 지금까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해왔다. 결코 외교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그가 집권한다면 한일관계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