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1부 - 남북 관계와 주변국
(1)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2)짐 데이토 하와이대 교수
(3)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경제학 교수)
(4)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2부 - 경쟁력과 성장, 그리고 또 다른 기회
(1)카일 페리어 한미경제연구소(KEI) 연구원
(2)리처드 볼드윈 스위스 제네바 국제경제대학원(GIIDS) 교수
“차기 총리로 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 담당상이 당선된다면 한·일 관계 변화를 기대해 볼 만합니다.”

일본 극우 정권의 억지 논리와 행태로 인해 망가질대로 망가진 한·일 관계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해결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나마 일본 극우의 정점인 아베 신조에 비해 양국의 관계 복원 의지가 다소나마 있었던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돌연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다. 자연스럽게 한·일 관계는 차기 총리의 성향에 따라 새롭게 정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관계 전문가로 통하는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를 만나 지도부 교체에 따른 양국 관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日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갈등… “현재 대화할 생각 없어”
[Profile]▲1956년 2월 26일 일본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세종대 교수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 소장

한·일 관계는 2019년 7월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이 경제보복으로 대응하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이미 해결된 문제라며 판결에 불복했다. 이어 한국이 양국 간 약속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을 막고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한국 정부 역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경제보복’ 행위로 규정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며 강하게 맞섰다. 국가 간 군사정보를 제공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라는 초강수를 뒀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지난 2년 동안 깊어진 정부 간 갈등의 골이 민간 차원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며 “상대국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 모두 마찬가지”라고 했다.

미국 싱크탱크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지난 3~4월 한국과 일본 국민 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일 관계가 파트너인지, 경쟁자인지’를 묻는 질문에 일본인의 80%, 한국인의 72%가 “경쟁자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2년 전과 비교해 한·일 관계에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올들어 한국 정부가 일본을 향해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무색하게 양측의 만남은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논의 중이던 한·일 정상회담 역시 한국 정부를 향한 주한 일본 대사관 고위관계자의 망언으로 무산됐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이 약속을 어겼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며 “한국과 대화할 생각이 없는 것이 일본의 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차기 총리로 고노 다로 담당상 당선 ‘유력’… 변화 가능성 기대
그렇다고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스가 총리는 지난 7월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된 직후 “양국 관계를 건전한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앞으로도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한국 측과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며 관계 회복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지난 3일 스가 총리의 사임 발표로 문 대통령 임기 내 정상회담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9월 29일 치러지는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는 당 소속 국회의원 383표와 당원·당우 383표를 합산해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당선된다. 의원내각제를 택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다수당 당수가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어 이번 총재 선거는 사실상 일본의 총리를 뽑는 선거다.

차기 지도부의 성향은 한국에 대한 정책 방향과도 밀접하다. 이에 대해 호사카 유지 교수는 앞으로 한·일 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일본 차기 총리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 담당상이 ‘지한파’ 인사여서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1일과 12일 양일간 일본 전역의 1477명 유권자를 상대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고노 담당상이 33%의 지지율로 자민당의 새 총재에 적합한 인물 1위에 꼽혔다. 이어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기시다 전 정무조사회장이 각각 2위(16%)와 3위(14%)에 올랐다. 다만 이시바 전 간사장이 자신의 입후보를 보류하고 고노 담당상과 연대하기로 결정하면서 고노 담당상의 당선은 더욱 유력해졌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고노 담당상이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오는 걸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아베”라며 “고노가 새 총리가 된다면 어느 정도의 한·일 관계의 변화의 가능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 해결 열쇠 쥔 韓… “일본과의 관계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한·일 관계 개선이 더 이상 양국 만의 문제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외교 정책 방향 설정에 있어 미국과 중국에 대한 고려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정부까지는 일본 정치권에서 미국의 입김이 거셌는데 이는 일본이 아시아의 중심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바이든 정부에선 일본의 하부구조에 불과했던 한국이 중요한 국가로 자리매김했다”며 “이는 2년 연속 G7 정상회의에 초청받는 등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한·일 관계 전망이 밝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외교 면에선 한국이 유리해진 것만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갈등 해소 역할을 해낸다면 양국에 있어 한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미·중 갈등 해결에 열쇠를 한국이 쥐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미국에 전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국가가 일본”이라며 “일본에서 반미 성향의 민주당이 정권을 잡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소위 ‘사랑의 큐피트’ 역할을 한다면 북한 문제 등의 이슈에 있어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