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영웅도 되기 싫다/ 애국자도 되기 싫다/ 우유부단한 겁쟁이 또한 되고 싶지 않다// 입만 살아있는 허풍쟁이도 되기 싫다/ 갈팡질팡 미루기만 하는 그런 자도 되기 싫다/ 스스로 부끄럼을 느끼는 이도 되고 싶지 않다// 혀가 잘린 채 말을 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구속된 인권을 지닌 채 살아도 보았다/ 우리는 거세된 나날을 지나와야 했다/ 우리가 살아온 지옥은 우리가 결론짓고 싶다// 물 위에 뜬 기름 같은 정치인은 되기 싫다/ 상상 속에서 사는 시인도 되기 싫다/ 불의를 지지하는 인간은 더욱 되고 싶지 않다/ 삶이 단 일 분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 마지막 일 분을 깨끗한 영혼으로 보내고 싶다'
미얀마 혁명시인인 고(故) 켓티의 시 '나의 투쟁 보고서'를 비롯,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문인들의 혁명시가 담긴 시집이 우리나라에서 출간된다.
창작21 편집실(이하 창작21)는 최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미얀마 혁명시집 '나의 투쟁 보고서' 발간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2일 텀블벅 홈페이지에 공개된 설명에 따르면 창작21 측은 킨미야진 작가를 통해 쿠데타 이후 8개월여간 미얀마 시인 300여 명이 쓴 저항시 300여 편을 받았다. 이후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문인들, 국민들과 연대하고자 시집 출판을 기획, 150편을 추렸다.
이중 켓티 시인의 경우 군부에 체포돼 고문당하고 장기가 모두 사라진 주검으로 되돌아오면서, 이 시집에 실린 시가 유고작이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창작21 측은"'나의 투쟁 보고서'는 상업성과는 무관하게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죽어간, 그리고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인 미얀마 사람들의 투쟁과 삶을 기록, 재현, 공유하는 목적으로 제작된다"라고 설명했다.
시집은 내년 2월1일 발간될 예정이다. 펀딩으로 모은 후원금은 전액 출판비로 사용된다. 원고료는 시집 발간은 물론 추후 의료품이나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는 미얀마어 버전의 시집 등으로 전달될 것으로 알려졌다.
창작21 측은 <뉴스1>에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출판물은 없었다. 미얀마의 친구로서 이 시집을 발간할 수 있었으면, 그리고 국민들이 그분들을 도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서 "쿠데타와 코로나19 팬데믹, 홍수 피해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는 미얀마 문인들을 기억하고 연대하고 후원하는 프로젝트에 동참해 달라"고 독려했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며 지난 2월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후 반군부 세력을 유혈 탄압해오고 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11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했고 8000명 이상이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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