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가필드((Dean Garfield)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4일 열린 ‘넷플릭스 미디어 오픈 토크’에서 콘텐츠 전송을 위한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한국 창작 생태계를 구성하고 계신 우리의 '깐부'(친한친구)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넷플릭스는 여러분이 알고 계신 넷플릭스가 아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딘 가필드((Dean Garfield)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지난 4일 진행한 미디어 간담회에서 넷플릭스와 한국이 '깐부'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발언이 무색하게 간담회 2주 만인 지난 18일 월 구독료를 예고없이 12~17% 가량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이용자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망 이용대가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 화근이 됐다. 일각에선 '넷플릭스가 ISP(통신사업자)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국내 여론이 기울자 자금 확보 차원에서 구독료를 인상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렇다면 콘텐츠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구독료를 인상한 넷플릭스, 그 속내는 무엇일까.
넷플릭스 월 구독료 12~17% '인상'… 이유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
넷플릭스 요금제. /그래픽=강소현

넷플릭스는 지난 18일 한국 서비스 출시 이후 처음으로 월 구독료를 인상했다.
넷플릭스가 이날 이용자들에 보낸 이메일에 따르면 스탠다드는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12.5% 인상된다. 최고가 요금제인 프리미엄은 월 1만4500원에서 17.2% 오른 1만7000원이 적용된다. 기본 요금제인 베이직은 월 9500원으로 기존 요금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인상된 가격은 신규 가입자부터 적용된다. 기존 이용자들의 경우 구독료 청구일 이후 새로운 요금제로 바뀐다.


월 구독료 인상 배경에 대해 넷플릭스는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최근 월트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와 애플의 애플TV 등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력 확보가 절실해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인상된 구독료를 바탕으로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엔터테인먼트 선택지가 있는 요즘 넷플릭스는 회원들의 기대를 넘어서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작품 카탈로그의 양적·질적 수준을 올리고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수 있도록 2016년 한국 서비스 시작 이후 처음으로 스탠다드와 프리미엄 플랜의 구독료를 인상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일본에서도 디즈니플러스 진출 이후 구독료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올 초 기본요금제인 베이직의 월 구독료를 880엔에서 990엔으로 올렸으며 스탠다드도 1320엔에서 1490엔으로 170엔 인상됐다.
왜 하필 지금?… "구독료 인상은 한국 시장에서의 자신감"
SK브로드밴드 내 넷플릭스의 트래픽 양 추이. /그래픽=김은옥 기자
하지만 넷플릭스의 월 구독료 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 망 이용대가 지급 등 ISP와 얽힌 비용 문제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핏 망 이용대가에 따른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구독료를 인상했다고 비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앞서 국내 ISP는 오징어게임 등 연이은 오리지널 콘텐츠 흥행으로 트래픽(망에 흐르는 데이터의 양)이 급증하자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며 넷플릭스에 반기를 들었다. 망은 하나의 상품으로 요금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8년 6월부터 현재까지 망을 이용한 대가로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청구한 금액은 700억원이다.
법원도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양사 간 싸움에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망 이용대가 지급과 관련 "글로벌 CP(콘텐츠사업자)가 국내 ISP의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 및 그 연결 상태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인상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시장에서의 자신감"이라고 분석했다. 월 구독료를 올려도 피해보다 이득이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오징어게임을 통해 콘텐츠 우위를 확인한 넷플릭스가 구독료 인상에 따른 일부 구독자의 서비스 해지로 얻는 피해보다 이득이 크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히려 넷플릭스의 입장에선 지금이 월 구독료를 인상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란 의견도 존재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넷플릭스는 글로벌 OTT 가운데 국내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해 지배력을 확보한 상태"라며 "구독료 인상엔 이러한 자신감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어 "후발주자들이 선발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구독료 인하 등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현재 상황이 넷플릭스에겐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이다.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가 국내에서 시장을 형성하면 오히려 인상하기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라며 "결국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태에서 충성도를 이용해 올린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