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단 전원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호주 국빈방문을 마친 다음날 이른 아침에 이 메시지를 받고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작년 3월부터 아직도 국경을 꽁꽁 닫아걸고 있던 호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외국 정상을, 그것도 국빈으로 맞이한 이번 문 대통령의 호주 방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례없는 고강도 방역 속에 진행됐다.
이미 방문 준비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갑자기 터진 오미크론 변이 발생은 양국 정부를 긴장시켰지만, 호주 정부가 예정대로 방문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전달해 옴에 따라 양국 정부가 선택한 방안은 초고강도 방역 조치 속의 국빈방문이었다.
우선 방문 기간 자체를 최소화하고, 대표단 규모를 절반 이상 줄였다. 또한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수행원이 호주 도착 전후는 물론, 방문 기간 중에도 거의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숙소와 행사장을 제외한 외부 출입이 엄격히 제한됐을 뿐 아니라, 하루 세끼를 모두 각자 객실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해야 했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국제사회가 다자 및 양자차원의 정상외교를 조심스럽게 재가동하고 있지만, 이 정도의 고강도 방역조치는 들어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 고생을 했지만, 우리 방문단 전원이 단 한 명의 감염 없이 무사히 귀국했다니, 우리 정부도, 호주 정부도 서로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초고강도 방역으로 인해 통상적으로 국빈방문 때 개최해 왔던 동포행사, 비즈니스포럼, 문화공연과 같이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일정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호주에서 가장 많은 동포가 거주하는 관할지역 총영사로서 난감한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대통령 방문에 큰 기대감을 보여 왔던 동포사회가 실망할까 큰 걱정이었다.
하지만, 도착 시간도 모른 채 수 시간 전부터 숙소호텔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며 대통령 일행의 도착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장면에서부터 내 생각은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특히 스콧 모리슨 총리가 정상 내외들 간의 친교를 위해 모시고 갔던 생 메리 대성당 앞에서 늦은 밤에도 불구하고 수백 명이 마스크를 쓰고 현지 경찰의 통제에 따라 질서 있게, 뜨겁게 환호하는 모습은 호주 정부 관계자들도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었다고 얘기할 만큼, 가슴 뭉클한 장면이었다.
멀리 시드니에서 800km가 넘게 떨어진 멜버른에서 찾아온 어느 교민 가족은 몇 시간이나 기다렸다가 비행기 편 때문에 결국 보시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코로나19 방역 제한만 아니었다면, 예전처럼 대통령이 동포들에게 다가가 손도 잡고, 셀카도 같이 찍었을 텐데, 저 건너편에서 손을 흔들어 주는 것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으니, 코로나19 팬데믹이 만든 또 하나의 애잔한 풍경이다.
대통령 일정에 대해 보안을 유지하려 그토록 노심초사했건만, 모국 대통령의 12년 만의 국빈방문을 기다려왔던 17만 호주 동포들의 열정과 정보력에는 소용없는 일이었다. "먼발치에서라도 볼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호주 동포 커뮤니티에 올라 온 많은 글 중에서 유난히 눈에 어리는 글이다. 성당의 크리스마스 조명이 있다 하더라도, 어두운 밤, 길 건너 저편 먼발치에서 모국의 대통령 얼굴이 과연 제대로 보이기나 했을까 싶은데.
무엇이 그런 애틋한 마음을 전해 주게 했을까. 호주가 아무리 살기 좋고, 다문화정책의 모범국가라고 하지만, 머나먼 이국땅에서 살면서 겪게 되는 애환, 차별과 설움, 사무치는 그리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헤아릴 수 있을까. 영주권과 시민권을 받아 살고 있어도 그들 마음의 최소한 절반은 항상 한국에 뚝 떼어 두고 사는 것이다.
모국 대통령이 방문해 호주와의 관계가 더욱 강화되고, 호주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속에 한국의 위상과 이미지가 높아진다면 그것만으로 자랑스럽고 행복한 우리 동포들이다. 세계에서 가장 고집스러운 국경봉쇄를 유지하는 호주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빈방문을 요청할 정도로 중요한 나라로 우뚝 선 한국 출신임을 자랑스레 말하고 싶어 하는 순수한 그들의 마음이 경호와 방역을 위해 설치한 펜스를 넘어 이심전심으로 전해 왔던 것이다.
공항 영송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확인해 본 휴대전화에는 많은 동포분들의 격려 메시지와 동포 커뮤니티 게시글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이 갔던 한 마디. "코로나19 때문에 또 무산될 것 같았는데, 한호관계 발전을 위해 어렵게 와 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외교관보다 훨씬 외교관다운, 진정한 애국자이신 우리 동포분들께 새삼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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