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퇴직연금 개편' 디폴트옵션, 잠자는 수익률 깨울까
②디폴트 옵션 기대감 '뿜뿜'… TDF 시장 경쟁 가속화
③디폴트옵션 도입 호주·미국, 연 평균 수익률 8%대… 일본은?
①'퇴직연금 개편' 디폴트옵션, 잠자는 수익률 깨울까
②디폴트 옵션 기대감 '뿜뿜'… TDF 시장 경쟁 가속화
③디폴트옵션 도입 호주·미국, 연 평균 수익률 8%대… 일본은?
270조원 규모에 달하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 운용제도)이 올해 6~7월부터 시행된다. 그동안 노후 소득 대체 수단으로는 무색하게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퇴직연금 제도가 디폴트옵션을 통해 연금 운용의 새로운 장을 열지 주목된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증권사·은행 등이 미리 지정해둔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굴리는 제도를 말한다. 2020년 12월9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도입이 가능해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퇴직연금시장 규모는 2020년 9월 말 기준 266조원으로 나타났다. 유형별 시장 비중은 ▲운용을 회사에 일임하는 DB(확정급여)형 56.9% ▲근로자가 직접 운용할 수 있는 DC(확정기여)형 27.0% ▲퇴직 또는 이직 시 가입자가 자율적으로 운용하는 IRP(개인형 퇴직연금) 16.1%다.
DC형, IRP는 DB형과 달리 가입자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퇴직연금을 직접 굴린다. 하지만 이들 가입자 대다수가 퇴직연금을 일일이 운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주식 위주의 실적배당형 상품보다 수익률이 낮은 예·적금 중심의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선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대 이상의 고수익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DC형만 보면 원리금보장형 가입 비중이 전체의 79.1%(지난해 9월 말 기준)에 달한다.
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은 지난해 말 기준 DC형 1.69%, IRP 1.27%에 그쳤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퇴직연금이 줄어든 셈이다. 반면 실적배당형 수익률은 DC형 13.24%, IRP 11.95%로 원리금보장형보다 훨씬 높았다.
디폴트 옵션은 이처럼 퇴직연금이 노후 자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이는 가입자의 연금자산이 방치되지 않도록 보완하는 한편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묶여있는 퇴직연금을 수익률이 높은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지금까지는 다소 소극적으로 원리금보장형 상품 위주로 운영해왔다면 앞으로는 ‘투자 상품’ 비중을 일정 비율로 높여서 적극적으로 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만약 가입자가 퇴직연금에 가입한 뒤 4주가 지난 이후에도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면 증권사 등에서 가입자에게 디폴트옵션 운용 예정을 통지한다. 통지 이후에도 2주간 운용 지시가 없다면 디폴트옵션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운용 지시가 없는 경우엔 ㅇㅇ자산운용의 ‘ㅇㅇTDF(타겟데이트펀드)’에 투자한다”는 디폴트옵션을 맺었다면 6주 후 자동으로 이 상품에 노후 자금을 넣게 되는 것이다.
디폴트옵션이 적용된 후에 스스로 퇴직연금 투자를 하고 싶어졌다면 가입자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원하는 다른 방법으로 운용 지시를 내릴 수 있다. 반대로 이미 DC형 퇴직연금이나 IRP에 대해 적극적으로 운용 지시를 내리고 있던 투자자들도 디폴트옵션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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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 도입’ 무엇이 달라질까━
업계에선 디폴트옵션 도입 후 퇴직연금 내에서 실적배당형 상품으로의 ‘머니 무브’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변재일 한화자산운용 WM솔루션운용팀장은 “현재 10조원 규모의 한국 TDF 시장은 향후 5년 내 35조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금 관련 상품이 더욱 다양하게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사실상 모든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와 IRP 계좌 보유자들이 의무적으로 금융 상품을 퇴직연금에 넣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도로 인해 ‘수요’가 커진 만큼 자산운용사 등 상품 ‘공급자’들 입장에서도 연금 시장에 맞춘 상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할 유인이 커진 것이다.
변 팀장은 “미국은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고객 리스크 수준별로 투자 상품 옵션을 주고 고객이 자신의 리스크 수준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면 추후 계좌에 자금 유입 시 해당 상품으로의 자동 투자가 이뤄졌다”며 “디폴트옵션 도입 변화에 따라 관련 상품이 늘어나고 자금 유입이 크게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물론 원금 손실을 꺼리는 투자자들은 예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디폴트옵션에 넣을 수도 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선 디폴트옵션 상품의 본래 취지였던 퇴직연금 원리금보장형 상품 쏠림 현상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 일본의 경우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면서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선택지로 포함했다. 그러나 디폴트옵션 투자자의 75%가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하면서 사실상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는 올 상반기 중으로 ▲디폴트옵션 심사 원칙 및 기준 ▲디폴트 옵션 정보 제공 시 준수 사항 ▲디폴트옵션 적용 절차와 공시 방법 등을 규정한 시행령·시행규칙을 제정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률 개정 과정에서 포함되지 않은 일임형·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도 디폴트옵션이 도입될 수 있도록 입법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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