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송' 스틸 컷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방자전'(2010, 감독 김대우)이 나왔을 때, 주연 배우들 만큼이나 주목을 받았던 조연 배우가 있었다. 변학도 역할을 맡은 그는 고전소설 '춘향전' 속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색다른 캐릭터로 신선한 충격을 줬다. 어리바리한 표정과 어눌하게 내뱉는 사투리, 캐릭터 특유의 '변태 기질'을 잘 살린 그의 변학도는 영화에 커다란 생기를 불어넣었고, 관객들은 열광했다. 그 '신스틸러'는 다름 아닌, 바로 송새벽이었다.
10여년 전 한 편의 작품을 통해 '연기 천재'라는 수식어를 얻었던 송새벽은 오는 12일 개봉을 앞둔 영화 '특송'(감독 박대민)에서 베테랑 형사이자 돈 앞에서는 사람 목숨을 우습게 생각하는 범죄조직 두목 조경필을 연기했다. '특송'은 예상치 못한 배송사고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박소담 분)가 경찰과 국정원의 타깃이 돼 도심 한복판 모든 것을 건 추격전을 벌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액션 장르 영화인 '특송'에서 송새벽이 연기한 조경필은 주인공을 코너로 몰아넣는 안타고니스트다. 초반부터 김두식(연우진 분)을 처단하며 악랄한 성품을 보여주는 이 캐릭터는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 없는 면모로,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게 만든다.


장르물 속 악인은 정형화되기 쉽다. 범죄나 액션 장르 영화에서 단순히 사이코패스적인 잔혹함을 표현한 인물이나, 멋지게 꾸민 외양과 함께 마치 '나는 악인이다'라고 외치듯 잔뜩 힘이 들어간 악당 캐릭터를 보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하지만 송새벽은 이와 다르게 자신만의 개성이 들어간 디테일한 연기를 보여주며 '특송'의 완성도를 높였다. 경찰이면서 동시에 암흑 조직의 보스인 조경필은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 때문에 만화 속 캐릭터 같은 느낌을 풍기기도 한다. 하지만 송새벽은 절제된 연기로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사실감 있게 연기해 예상을 뛰어넘는다. 영화의 초반, 힘을 빼고 느릿느릿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권태로운 행동과 말투를 사용해 보는 이들의 경계심을 낮춘 그는, 욕망이 좌절되는 후반으로 갈수록 감춰왔던 칼을 빼드는 이중적인 캐릭터를 사실감 있게 표현했다.

영화가 공개된 후 송새벽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서스펜스가 중요한 카체이싱 범죄 액션 영화인만큼, 관객을 공포로 몰아넣을 악당의 역할은 중요했는데 송새벽은 이를 멋지게 해냈고, 불세출의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방자전'으로 주목받은 뒤에도 10년 넘게 스크린과 TV화면을 오가며 활동한 그였지만, 적지 않은 기간 무거운 숙제가 있었다. 너무나 강렬했던 변학도의 이미지 때문에 비슷한 색깔의 코믹한 캐릭터들을 자주 연기하게 됐던 것. 고정화된 이미지는 '연기파' 배우에게는 장애물이다. 실제 송새벽은 최근 진행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방자전' 이후 역할의 한계를 느껴왔다며 "캐릭터적으로 한정적이라고 해야하나, 소위 비슷한 캐릭터들을 주셔서, 물론 감사하게 잘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쉽기도 했다"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지금도 그는 은연 중에 자신에게 지워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노력의 결과일까. 최근 확인되는 송새벽의 필모그래피는 점점 다채로운 색깔을 띤다. 영화 '7년의 밤'(2018)과 '해피투게더'(2018), '진범'(2019), 그리고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그는 정형화되지 않은 캐릭터로 관객과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특송' 역시 같은 흐름에 있는 작품이다. 송새벽이 앞으로 스크린에서 보여줄 새로운 모습들에 기대감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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