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에서는 여전히 대중적이지 않으나, 사실 봅슬레이는 동계 올림픽 첫 대회부터 함께해 온 터줏대감 종목이다.
봅슬레이의 모태인 썰매는 얼음 위에서 빠른 이동과 운송을 위해 고안됐다. 하지만 곧 썰매의 스피드 자체에 매력을 느낀 이들이 속도 경쟁을 하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19세기 초 북유럽에선 자연스럽게 하나의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
땅 위보다 훨씬 빠르게, 얼음 위를 미끄러지며 이동하는 봅슬레이는 금방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켰고 이후 겨울 스포츠의 선구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1914년 첫 봅슬레이 국제대회가 열렸고 불과 10년 뒤인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제1회 동계올림픽에서 썰매 종목으로는 유일하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속도를 높이려고 상체를 앞뒤로 흔드는 모습(Bob)과 썰매(sled)가 합쳐진 봅슬레이(Bobsleigh)라는 지금의 이름도 이때 생겼다.
처음에는 5~6명이 탑승하다가 1920년대부터 남자 4인승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어 1932년 레이크플래시드 대회에서부터 남자 2인승 종목이 신설됐다. 여자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2인승 종목이 처음 채택됐고, 이번 올림픽에서는 여자 1인승인 모노봅이 새롭게 도입됐다.
따라서 오늘날 봅슬레이의 총 세부 종목은 여자 1인승, 여자 2인승, 남자 2인승, 남자 4인승이다. 남자 1인승과 여자 4인승은 없다.
봅슬레이는 아주 섬세한 종목이다. 미세한 실수 하나가 전체 레이스에 큰 영향을 준다.
선수들은 초반 썰매를 최상의 상태로 출발시키기 위해 그 어느 종목보다도 폭발적인 스타트를 해야 한다. 큰 썰매를 밀면서 50m의 얼음 트랙을 약 6초 내로 통과할 정도다.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봅슬레이를 소개하면서 "초반 스타트에서 누가 가장 빨랐으며, 그것이 실제 결과와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 체크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며 "초반에 뒤쳐진 힘과 시간을 나중에 극복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제시하기도 했다.
출발 후엔 썰매를 미는 힘과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서도 파일럿부터 신속하게 탑승해야 한다. 2인승은 파일럿과 브레이크맨, 4인승은 파일럿, 브레이크맨, 2명의 푸시맨으로 구성돼 있다. 맨 앞에 파일럿이, 맨 뒤에 브레이크맨이 탄다. 모노봅은 혼자서 모든 역할을 다 해야 한다.
레이스에 돌입한 이후엔 파일럿이 각 코스에 맞게 최적의 동선으로 움직이도록 조종해야 한다. 극한의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미세한 오차도 기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브레이크맨은 레이스를 마친 뒤 썰매의 속도를 제어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로 봅슬레이는 눈 한 번 깜빡하기도 모자란 0.001초 차이로 순위가 갈리거나, 그마저도 같아 공동으로 메달을 받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한국 팬들에게 봅슬레이는 다른 동계 스포츠에 비해 조금더 친숙할 수 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봅슬레이를 준비하는 과정과 실제 트랙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모습이 다뤄졌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파일럿과 브레이크맨의 역할과 봅슬레이가 주는 속도감 등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눈이 오지 않는 나라 자메이카 선수들의 봅슬레이 도전기를 그린 영화 '쿨러닝'도 국내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며 인기 몰이를 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까지나 '남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했다. 정작 올림픽에서 한국의 설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안방서 열린 평창 올림픽에서 김동현, 서영우, 원윤종, 전정린이 나선 봅슬레이 남자 4인승이 대회 마지막 날 극적 승부 끝에 은메달을 거머쥐며 비로소 '우리의 이야기'가 됐다.
이제 '원윤종 팀'은 안방을 넘어 해외 대회에서도 우리의 봅슬레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국 현지 트랙을 제대로 타 보지도 못하고 국내서도 합동 훈련 대신 비디오를 보며 트랙을 익혀야 했을 만큼 열악한 상황이다.
하지만 원윤종 팀은 유럽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에서 조금씩 순위를 끌어올려 7위까지 이르는 등 무서운 속도로 감각을 회복하고 있다. 원윤종은 "한국 봅슬레이의 자존심을 걸고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베이징 올림픽을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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