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이 본격화된 한진그룹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대한항공 본사. /사진=김창성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조원태 끌고 조현민 밀고… 3세 경영 속도
②해 넘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언제쯤
③지워지지 않는 한진 오너리스크에 주가도 부진
④한진家 조현아는 어디서 뭐하고 있을까
한진그룹의 3세 경영에 속도가 붙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대한항공의 여객 수요 감소를 화물 운송으로 메워 실적 하락 우려를 잠재운 가운데 동생 조현민 한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조 회장의 경영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여객 수요 회복 없이 항공 화물로만 연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에 따른 주요 장거리 노선 반납으로 여객 실적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여 새 먹거리 마련 등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두 남매는 머릿속에 어떤 경영 구상을 하고 있을까.
여객 막히자 화물로 뚫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대한항공의 여객 수요 급감으로 실적 하락 궁지에 몰렸지만 ‘항공화물운송’이라는 돌파구를 찾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지난해 3분기 매출(별도재무제표 기준)은 2조2270억원, 영업이익은 4386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대비 44%, 5671%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2016년 3분기 이후 5년 만에 4000억원대의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전년동기(76억원)대비 57.7배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340억원으로 흑자전환 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5조9274억원, 영업이익 7599억원, 순이익 235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9%, 729%, 125% 늘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여객 수요 위축에도 화물 수송을 통해 실적 하락을 막았다. 기존 여객기의 좌석을 뜯어내고 화물기로 개조해 화물 운송에 적극 나선 결과다. 이 같은 플랜B 가동과 전사적인 비용 절감 노력으로 2020년 2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달성했다.
/ 그래픽=김온옥 기자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지난해 4분기도 깜짝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본다. 이 기간에도 항공화물 매출 증가가 대한항공의 안정적인 실적을 뒷받침했다고 예상한다. 증권가가 전망하는 지난해 4분기 대한항공 매출은 2조8082억원, 영업이익은 6600억원이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항공화물운임 덕이다. 글로벌 항공화물 운송지수인 TAC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2015년 1월부터 통계를 집계한 이래 사상 최고가인 1kg당 12.72달러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1월(3.14달러)과 비교해 4배 이상 뛰었다. 홍콩(아시아)과 미국을 잇는 이 노선은 항공화물 물동량이 가장 많은 대표 노선으로 꼽힌다.
해운 운임 역시 최고가를 경신하며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운송 시간이 절약되는 항공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며 대한항공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여객 운송은 코로나19 여파에 국제선 하늘길이 막히며 아직도 회복이 불투명하지만 화물수요 호재가 이어지며 대한항공의 실적은 계속해서 기대 이상의 성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 합병 뒤 일부 노선 반납, 향후 전략은?
조 회장은 여객 감소 위기를 항공화물운송으로 견뎠지만 이 분야만 마냥 의지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당장 조 회장 앞에는 주요 국제노선 반납에 따른 전략 수립이라는 과제가 놓여져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공정위가 내건 조건은 ‘슬롯 반납’이다.
3세 경영이 시작된 한진그룹이 코로나19 위기를 딛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대한항공 보잉787-9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슬롯이란 ‘특정 항공사 항공기가 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에 따라 일부 노선은 독점이 되기에 경쟁 제한이 우려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슬롯 반납이 어떤 노선인지 공정위가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시카고, 호주 시드니,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주요 국제노선 65곳이 포함됐을 것으로 본다.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에 대한 조치를 확정해도 조 회장의 앞엔 국외 경쟁당국 심사도 남았다. 국내뿐 아니라 두 회사가 취항하는 모든 국외 경쟁 당국의 심사에서 기업결합을 승인받아야 한다. 현재 태국 등 7개국은 심사를 마쳤지만 미국·유럽 연합(EU)·중국·일본·영국·싱가포르·호주 등 7개국은 심사가 진행 중이다.

조 회장에게는 노선 반납에 따른 대응 전략 수립이 요구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기 구매 계획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조 회장은 약 16조1500억원 규모의 항공기 구매 계획을 연기했다. 2015년부터 투자를 시작한 8조7098억원 규모의 신규 중대형 항공기 62대 구매 종료일을 오는 2023년에서 2028년으로 5년 미뤘다.

2019년부터 투자가 진행돼 2025년까지 계획된 20대의 차세대 소형 항공기 투자(7조4471억원 규모) 계획도 2년 연장된 2027년으로 연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차세대 중대형 여객기 도입을 통한 중장거리 노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장기 기재계획에 따라 기존 B737NG 항공기를 차세대 소형기 교체 및 주요 노선 수요 증가에 대비할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제작사의 항공기 제작 지연 및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돼 불가피하게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3세 경영이 본격화된 한진그룹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등 당면 과제를 무난히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아시아나항공 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화물기에 수출화물을 탑재하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또 다른 시험대 ‘유동성·새 먹거리’ 확보
지난해 위기를 버텨낸 조 회장에게 과제가 산적한 올해는 또 다른 시험대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유동성 확보다.
조 회장이 비주력 계열사 매각을 직접 챙기는 이유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던 조 회장은 2020년 5월 대한항공의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 계열사 매각 등의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이를 통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1조2000억원을 지원 받았다.

조 회장은 최근 송현동 부지 매각을 완료해 5578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왕산레저개발과 제주칼호텔 등 나머지 비주력 자산도 신속히 팔아 추가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관광산업이 크게 침체돼 매매수요가 뜸한 만큼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코로나19로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돼 비주력 자산 위주로 정리에 나섰지만 제값을 받고 팔기가 만만치 않다.

새 먹거리를 확보해 여객과 항공화물 등에 치우친 실적 구조를 다변화 하는 것도 조 회장의 장기적 과제다. 이를 위해 조 회장은 구원투수로 동생 조현민 사장을 낙점했다.

조 사장은 최근 단행된 인사에서 한진의 사장에 올랐다. 조 사장의 임무는 미래 새 먹거리를 발굴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만드는 데 있다. 그는 물류사업에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새 트렌드를 접목해 업계 최초로 물류와 문화를 결합한 ‘로지테인먼트’를 구축한 전력이 있는 만큼 조 회장의 경영 행보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조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올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2022년은 대한항공에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며 “코로나19라는 위기가 가져온 패러다임의 대 전환, 이를 극복하고 선점하기 위한 도전 과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강조해 항공화물을 통한 호실적에 얽매이지 말아야 함을 자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