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이 기관 수요예측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한다. 공모가가 최상단으로 결정되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약 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정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지배구조 개편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날부터 오는 26일까지 이틀 동안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나선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5만7900~7만5700원으로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약 6조524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 KB증권이 공동 대표주관사를 맡았고 현대차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삼성증권이 인수회사로 참여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다음달 3~4일 일반 공모청약을 거쳐 같은달 15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이번 전체 공모 주식 1600만주 가운데 구주 매출이 75%(1200만주)를 차지한다. 구주매출이란 대주주나 일반주주 등 기존 주주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식지분 중 일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을 말한다.
정 회장은 534만주, 정 명예회장은 142만주를 처분한다. 상단가로 계산하면 정의선 회장은 약 4000억원, 정몽구 명예회장은 약 100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앞서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매각해 현금화한 6112억원과 합하면 약 1조원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 공모가가 낮아지면 정 회장이 손에 쥐는 돈이 줄어들게 된다.
정 회장이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현대차그룹 묵은 과제인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 실탄을 확보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1.4%, 현대차는 기아 지분 33.9%, 기아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17.3% 보유하고 있다. 기아는 현대모비스의 최대 주주다.
정 회장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만 들고 있다.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합쳐도 7.47%에 그친다. 정 회장이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려면 약 3조8514억원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정 회장은 상속·증여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 정 회장이 정 명예회장의 현대차, 현대모비스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 내야 하는 상속세는 2조5000억원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이후에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현금 마련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이 개인 돈 2390억원을 쏟은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025년 IPO(기업공개)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정 회장은 필요한 자금을 단숨에 마련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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