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L하우스에서 생산된 노바백스(뉴백소비드) 백신을 SK바이오사이언스 직원이 검수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 무관./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기사 게재 순서
① 18개월의 응어리, 신라젠 ‘17만 주주’의 한(恨)
② 신라젠 사태, 정부가 키웠다
③ 소리만 요란한 K-바이오… ‘탈(脫) 제네릭 왕국’은 정부 몫
상장 전 경영진의 비리 혐의로 상장폐지가 결정된 ‘신라젠 사태’ 이후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실적이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이 많은 프리미엄을 얻고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바이오기업은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주된 수혜자였다. 관련 제도 도입 이래 기술특례상장사 143개사 중 바이오기업은 93개로 66%를 차지했다. 기술특례상장은 미래 가능성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투자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이번 신라젠 사태로 도마에 올랐다.
‘복제약 왕국’ 오명… 민낯 드러난 K-바이오
이번 사태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형적인 구조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인프라와 경험, 자본 부족으로 경쟁력을 갖춘 신약을 발굴하지 못한 탓에 글로벌 제약사의 복제약(제네릭)에 기대고 있는 현실이다.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등재된 국내 약제 급여 목록 2만1302개 중 제네릭 의약품은 1만8476개로 전체의 90%나 된다.

복제약이 급증한 이유는 시장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진 탓이다. 2011년 말 식약처는 관련 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이른바 ‘공동·위탁 생동성시험’ 허용을 도입했다. 타 제약사가 생산한 제네릭을 종전과 달리 별도의 생물학적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을 거치지 않고 허가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연구 인력과 시설이 부족한 중소제약사 입장에서는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 수요가 검증된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복제약 양산에 집중하는 토대가 된 셈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사진=한국바이오협회

“데이터로 말하는 곳… 특례상장 개선 필요”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비판을 이해한다면서도 현재 산업 구조상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개발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가 상장 말고는 없는 현실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신약 개발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기술특례상장으로 기업들이 큰 기회를 얻은 것은 사실”이라며 “기업들이 투명한 정보제공으로 주주들과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번 신라젠 사태로 기업들이 다시 한번 신뢰와 투명한 정보 제공의 중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며 “제약바이오는 데이터로 말하는 곳이다. 정확한 정보 제공이 신뢰의 첫 번째 길”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개선은 필요하다면서도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제도임을 강조했다. 현재 매출 중심의 제도에 대해선 “기술특례상장은 말 그대로 기술을 평가해야 한다. 신약 개발은 곧바로 매출이 발생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며 “기술특례라는 취지에 맞게 기술 평가를 주요한 기준으로 하는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부회장은 신약개발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빅파마들의 글로벌 임상 성공률은 60% 정도다. 이 기준에 비춰보면 국내 기업이 글로벌 임상까지 가서 성공할 확률은 30%가 안된다”며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빈약한 R&D 예산, 정부지원 한목소리
앞서 올 1월24일 진행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온라인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정부 지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지금은 점진적인 발전이 어렵고 퀀텀점프가 필요한 때인데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 범위와 규모는 선진국의 파격적 지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업계의 노력과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회장은 연구개발(R&D) 예산 확충 및 5조원대 이상의 메가펀드 조성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복지부, 산업부, 과기부 등 정부 부처의 올해 R&D 예산 15조7000억원 중 바이오 분야는 1조8000억원으로 11.4%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30%, 벨기에는 40%로 바이오 비중이 높다”면서 “연구개발의 최종 목표는 의약품 개발이다. 정부 주도의 메가펀드를 조성해 신약 파이프라인과 후기 임상에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