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낙농단체가 원유(原乳) 가격 제도 개편을 두고 거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물가 인상 도미노에 정부는 원윳값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낙 농육우협회 등은 원유 가격 인상이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우유 가격은 ‘원유가격 연동제’를 따르고 있다.
우유 생산비에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매년 8월 원유가격을 조정하는 제도다. 수요·공급의 원리를 따르지 않아 원유 수급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매년 우유 소비량은 줄어도 기존 물량대로 생산하고 가격도 올랐다.

이를 증명하듯 한국의 원유 가격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서 큰 폭으로 인상됐다. 2001 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원유 가격은 72.2% 올랐지만 유럽과 미국은 각각 19.6%, 11.8% 인상에 그쳤다.


이에 정부는 우유 가격 안정 대책으로 원윳값을 생산 비에 연동해 결정하는 현행 제도 대신 ‘원유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제안했다. 원유를 음용유(마시는 우유)와 가공유(치즈 등에 들어가는 우유)로 나눈 뒤 음용유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 값은 더 낮게 책정하는 방안 이다.

기존에는 흰우유와 유제품 가공용으로 쓰이는 우유를 가리지 않고 리터당 1100원에 매입했으나 올해 10월부터는 가공용 우유를 리터당 900원에 매입해 유업체에 납품한다는 게 골자다. 이같이 개편될 경우 우유 생산 량이 늘어나게 돼 자급률은 48% 수준에서 52~54%로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대신 총 생산량은 205만톤에서 222만톤으로 늘려 낙농가 수익이 줄어들지 않도록 조정할 방침이다. 농림축 산식품부는 값싼 수입 가공유 제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우유 자급률을 높이려면 원유 가격에 생산비 외의 시장 상황도 반영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한국낙농육우 협회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유업체가 가공유를 더 구매하도록 강제할 방안이 없고 이미 가공업체가 매년 70만톤 넘게 유제품을 수입하는 상황에서 농민들 보고 죽으라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생산자단체 측에서는 유업체의 구매량 증가가 보장되지 않는데다 원유를 증산할 여력도 없어 결국 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도 “지난해 원유가격 21원 인상 이후 우유제품 가격이 최대 200원까지 상승했지만 정부는 유통업체와 유업체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대신 생산자물가 폭등에 따른 낙농가의 원유가격 인상을 물가의 주범으로 간주하는 모몰염치(염치없는 줄 알면서도 이를 무릅쓰고 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정부를 성토했다.

정부는 관련 개편안을 논의하기 위해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소집하려 했지만 생산자 측 불참으로 무산됐다. 이에 정부는 이사회가 일반 국민(소비자)·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하는 방안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반발을 불렀다. 정부가 우유 생산자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는 게 생산자 단체의 주장이다.

정부와 우유 생산자들은 줄다리기를 그만하고 서로 충분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때다. 일방적인 회의 불참으 로는 합의점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