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18개월의 응어리, 신라젠 ‘17만 주주’의 한(恨)
② 신라젠 사태, 정부가 키웠다
③ 소리만 요란한 K-바이오… ‘탈(脫) 제네릭 왕국’은 정부 몫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오른 신라젠이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정부 책임론이 제기된다. 정부가 한국거래소의 신라젠 상장부터 상장폐지 결정까지 제 역할을 못 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바이오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 다양화 등 범정부적인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거래소가 신라젠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논란을 겪었던 사실을 알고도 2016년 12월 이 업체의 상장을 승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 전 대표와 이용한 전 대표이사 등은 2014년 3월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350억원 규모의 BW를 인수해 부당이득 1918억원을 취득하는 등 신라젠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았다. 신라젠소액주주연합 관계자는 “신라젠이 상장된 이후 문제가 불거졌다면 거래소와 무관한 일이 될 수 있지만 상장 이전에 발생한 사건이 문제가 된 이상 거래소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박근혜 정부 특례상장 완화에 IPO ‘봇물’━
제약·바이오업계는 신라젠 사태에 대해 예견된 일이라고 한다. 바이오기업이 신약개발 자금을 확보하려면 IPO(기업공개) 외엔 뾰족한 대책이 없어서다. 신약개발엔 통상 1~2조원의 투자금과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국내 바이오기업은 특례상장을 통해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2005년 3월 특례상장이 도입된 이후 코스닥 시장 환경도 크게 변했다. 코스닥을 이끄는 무게 축은 IT에서 바이오로 이동했다.
특히 바이오기업의 특례상장이 활성화한 시기는 ‘창조경제’를 표방한 박근혜 정부 때다. 2015년 정부는 기술 평가기간(6주→4주)을 단축하고 평가수수료(1500만→500만원 수준)도 낮췄다. 특례상장 대상도 범위를 넓혀 일반 중소기업이 도전토록 문호를 대폭 열었다.
2015년 특례상장 제도가 완화되면서 바이오 기업 등의 상장이 줄을 이었다. 진입 장벽을 낮춘 2015년 30곳이 특례상장을 신청해 이중 12곳이 상장했다. 2016년엔 36곳이 도전했고 이중 10곳이 상장했다. 제도 완화 직전인 2014년 10곳 가운데 2곳만 상장에 성공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 같은 제도 완화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바이오 기업이 바로 신라젠이다. 신라젠은 2016년 12월6일 1만5000원의 공모가로 코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2005년 이래 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들 가운데 주가뿐 아니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곳이 많다. 그 피해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가됐다는 평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와 산업 육성 기조에 투자자들이 휘둘렸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다만 신약 개발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이상 기술을 가진 바이오 기업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팽팽하다. 특례상장을 통해서라도 자금을 조달하려는 바이오 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시각에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내 바이오 기업 90% 이상은 IPO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확충한다”면서 “이 외에 M&A(인수합병)·협업 등 미국 바이오 생태계처럼 다양한 경로로 자금을 확보해야 신라젠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장기적 안목, 국민건강 위해 정부지원 절실━
신약 개발이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민건강과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해외처럼 신약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이르는 전 단계에 범정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 건강을 위한신약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정부 지원→신약 개발 상용화에 따른 수익 창출→타 기업 정부 지원’ 등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빠른 성장 및 부가가치 창출 지원을 위한 민관 협력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협력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예산 및 인력을 확보해야 하고 성공사례를 통한 국가 기술력과 공공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도 “지금은 점진적인 발전이 어렵고 퀀텀점프가 필요한 때인데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 범위와 규모는 선진국의 파격적 지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업계의 뼈를 깎는 노력과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