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생산차질과 물류지연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 국내 제조업의 재고는 오히려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 인근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는 모습./사진=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 국내 제조업의 재고는 오히려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공급차질과 코로나19 확산이 주로 기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최근 공급차질 및 감염병 상황이 제조업 재고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이후 회복과정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한 공급 확대는 생산차질, 물류지연 등으로 제약되면서 전세계적으로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지난해 중반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됐고 이는 현지에서 주로 생산되는 차량용 반도체의 생산차질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생산이 제약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자동차 재고가 크게 감소했다.


이처럼 공급부족은 재고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국내에서는 제조업 재고가 오히려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재고 증가율은 2012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은 "최근 국내 제조업 재고 증가는 일반적인 경기둔화보다 이번 감염병 위기의 특성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에는 글로벌 반도체 생산차질, 원자재가격 상승, 감염병 확산 등이 재고 증가의 주된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주로 수요측 요인이 제조업 재고 변화를 주도했던 과거와 다른 특성이다. 이에 따라 재고순환 패턴도 과거 위기·회복기와는 상이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 위기가 발생한 이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제조업 재고 증가 원인, 경기 둔화 아닌 산업구조 때문"
한은은 "이를 감안할 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제조업 재고 증가는 향후 제조업 경기의 둔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됐음에도 이처럼 재고가 늘어난 데에는 중간재 생산 비중이 큰 우리 경제의 산업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한국 경제와 산업구조가 비교적 유사한 일본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제조업 재고가 늘어난 점에서 잘 나타난다. 이와 달리 미국, 독일 등에서는 글로벌 공급부족의 영향으로 제조업 재고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글로벌 생산차질과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완화되고 감염병 상황이 개선될 경우 국내 제조업 재고 흐름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한은은 예상했다.

특히 한은은 "자동차, IT기기 등 최종재 생산 증가는 반도체, 차량용 부품, 강판 등 중간재의 재고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이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차량용 반도체 생산차질이 다소 완화되면서 국내 자동차 생산과 수출도 회복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고 있는 점은 국내 제조업 재고의 정상화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우려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화되면서 글로벌 공급차질의 해소가 지연될 경우 국내 재고도 당분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재고 증가세가 상당기간 이어진다면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생산과 투자 활동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며 "향후 재고 흐름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기업들이 생산과재고관리 행태를 그간의 비용 최소화를 목적으로 한 적시생산(just-in-time) 방식에서 비상상황에 대비해 재고를 미리 축적해 놓는 예비용 생산(just-in-case) 방식으로 전환해 가는 움직임이 있다. 이는 구조적인 재고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이러한 기업의 생산방식 변화는 우리 경제의 성장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재고상황 변화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