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8일(한국시각) 머니S와 인터뷰 중인 마란디 특별보좌관 겸 테헤란대 교수(왼쪽)와 지난해 1월12일(한국시각) 마란디 테헤란대 교수가 최종건 외교부 차관과 한국 선박 억류사건 해결 및 국내 이란 원화자금 활용 등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사진=김태욱 기자(왼쪽), 외교부 제공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각) 국제유가가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기대에 하락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완화되면 이란산 원유 공급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지난 2015년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과 JCPOA를 체결했다. JCPOA 주요 내용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3.67% 이하로 유지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대이란 경제 제재를 대폭 해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8년 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에 사실상 백지화됐던 JCPOA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취임과 더불어 다시금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JCPOA 당사국 관계자들은 지난 8일 오스트리아 빈에 모여 8차 협상을 시작했다.


머니S는 지난 9일 이란 핵 협상 특별보좌관인 마란디 테헤란대학교 교수와 단독으로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란디 특보는 JCPOA 복원이 "상당히 가능성 있다"면서도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란은 약속 어긴 적 없어"
사진은 유럽연합(EU) 엔리케 모라 사무차장(왼쪽)과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외무부 차관. /사진=로이터
마란디 특보는 JCPOA 복원을 위한 선제조건으로 '제재 해제' 'JCPOA를 탈퇴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는 것' '상호 교차 검증'을 지목했다.

마란디 특보는 "이란은 특별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지난 2015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한 JCPOA와 동일한 협상을 하자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합의를 일방 탈퇴한 전력이 있는 만큼 '탈퇴 방지 조약'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 미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과한 대이란 제재를 그대로 유지한 채 협상 체결을 원한다"며 "이 같은 (미국의) 태도는 수용할 수 없으며 이해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다수 서구 언론에 보도된 미국의 제재 면제(waiver)만으론 절대 JCPOA를 체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미국은 이란의 민간 분야 핵 활동에 대해 제재 면제를 일부 복원하며 이란에 전향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미 국무부는 해당 제재 면제와 관련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 제재 면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제재를 먼저 해제하는 것이 이치이지 않는가"라고 반문한 그는 "사실 이란 국민 대다수는 2015년도 JCPOA에도 불만이 많다"며 그 이유가 "이란이 서방에 많은 이권을 양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과 인사들은 2015년도 로하니 대통령의 JCPOA 체결에 회의적이었습니다. 미국과 서방에 대한 불신 때문이죠. 하지만 이란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과 국내 어려운 경제상황을 해결하고자 협상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지난 2015년 이란의 진보·개혁파 성향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당시 미 행정부와 JCPOA를 체결했다. 하지만 이란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각각 총선과 대선에서 강경보수 성향의 인사들이 대거 당선됐다. 이에 일각에선 이란이 서방과의 대화를 단절하는 등 강경노선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마란디 특보는 "이란은 정부 성향에 관계 없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실 이 자리(오스트리아)에 함께 온 알리 바게리카니 (이란 외무부) 차관을 비롯해 우리 협상팀 모두 하루 빨리 JCPOA 원안 타결을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란의 핵 활동이 지난 몇년 동안 발전해 더 엄격한 조건이 필요하다'는 미국측 지적엔 "미국은 이란의 핵활동이 걱정된다면 왜 (협상)시간을 끄는가"라고 질문한 그는 "2015년 JCPOA 원안으로 복귀하면 이란 내 핵을 투명하게 관찰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의지만 있다면 지난해 타결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란디 특보는 '상호 교차 검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과거 제재 해제 약속을 어긴 적이 많다"며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이란 핵활동 검증과 더불어 서방의 합의 이행을 체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셰일가스·반 이란 정서 트럼프, JCPOA 탈퇴"
사진은 머니S와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중인 마란디 특보(왼쪽)과 지난 1월20일(한국시각) 영국 방송매체 BBC 토크쇼 HARD Talk에 출연해 핵협상에 대해 설명중인 마란디 특보. /사진=김태욱 기자, BBC 홈페이지 캡처
그는 현재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주요 안건 중 하나인 '우라늄 농축 한도'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미국 등 서방은 이란이 우라늄을 60%까지 농축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해 4월 JCPOA에서 규정한 3.67% 농도를 훨씬 뛰어넘는 60%에 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란은 트럼프의 일방적인 (JCPOA) 탈퇴 이후 5단계로 합의 이행을 점차 줄여 나갔다"며 "해당 과정 또한 철저히 JCPOA를 준수했다"고 강조했다. 
"법치국가인 이란은 항상 법을 준수합니다. 이란은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일방적인 탈퇴를 선언한 이후 만 1년 동안 JCPOA를 지켰습니다. 우라늄 농축 등은 2020년 초에 시작됐습니다. 합의 이행을 줄여나간 과정도 JCPOA 26조항과 36조항에 의거한 것입니다."

그는 "테헤란 연구용 원자로(Tehran Research Reactor)의 경우 암 치료 등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성격이 강하다"며 서방의 주장과 달리 이란의 핵활동이 '평화적인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놀라운 점은 해당 원자로가 1979년 이슬람혁명 이전 친미 정부가 미국의 지원으로 설립한 것"이라며 "이는 미국이 이란의 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이란이 1979년 혁명을 통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것에 분풀이하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란은 지난 1979년 이슬람혁명을 통해 친미 성향의 팔레비 왕조 중심의 왕정체제에서 반미 신정일치 정권으로 통치 체제를 변경했다. 
사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5월 JCPOA 탈퇴 선언을 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이어 '셰일가스를 중시한 트럼프가 국제유가 상승을 위해 JCPOA를 탈퇴했다'는 지적엔 "경제적으론 맞다. 하지만 근원적인 이유는 뿌리깊은 반(反)이란 정서"라고 짚었다.

이밖에 '우라늄 농축 60%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지적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60% 농축은 JCPOA 당사국들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한 전술"이라며 "솔직히 해당 전술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우라늄 60% 농도는 일반적으로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90%보다는 낮지만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3~5%보다는 높다. 이에 그는 "다시 이야기하지만 이란은 핵무기를 제조할 것이었다면 이미 몇년 전에 이뤘을 것"이라며 "에너지를 위해 우라늄을 농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란은 NPT(핵환산금지조약)의 일원"이라며 모든 핵 활동이 평화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고 강조했다.
"JCPOA 일몰 조항(Sunset Policy) 재협상 수용 불가"
마란디 특보는 오는 2031년 이란의 우라늄 농축 제약을 푸는 일명 '일몰조항'에 대해 언급했다. 해당 조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핵협상을 파기한 주요 원인인 중 하나다.
"일몰조항은 협상 대상이 아니며 앞으로도 아닐 것"이라고 잘라 말한 그는 "이는 이란이 앞선 7차례의 회담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물론 유럽국가들인 영국·독일·프랑스도 지속적으로 2015년 JCPOA보다 엄격한 기준을 원하지만 이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몰조항에 따라) 2030년 이후에도 이란은 NPT 회원국으로 남아 국제사회의 의무를 다할 것인데 무엇이 두려운가"라며 "평화로운 이란 핵활동을 왜곡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미국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우방국 사우디아라비아에 '민주주의'가 있습니까? 사우디 언론은 고위 관계자를 비판할 수 있습니까? 이란엔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가 있습니다. 기자들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비판합니다. 이란은 2031년에도 브라질·한국 등과 같이 '평화로운 핵 활동'만을 지속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