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의 실손의료보험 간소화 청구 서비스 도입이 지지부진한 사이 핀테크사들이 잠식에 나섰다./사진=이미지투데이

보험사들의 실손의료보험금(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가 의료계 반발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핀테크사들이 해당 서비스를 잠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간소화를 위한 보험사들의 수년째 노력이 핀테크사들의 공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핀테크사인 핀크는 올해 중 마이데이터 서비스와 연계해 서류 발급 없이 앱으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는 '보험 청구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권영탁 핀크 대표는 "마이데이터를 통한 서비스 고도화를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란 보험금 청구 문서를 전자문서로 전환해 의료기관에서 중계기관을 거쳐 보험사로 전송하도록 하는 제도다. 보험가입자가 일일이 서류를 발급받아 애플리케이션에 관련 서류를 등록하거나 보험사에 직접 제출하던 복잡한 청구 과정이 사라지게 된다. 


현재 실손보험금 청구는 대부분 아날로그 방식이거나 영수증 사진을 찍어 보내는 부분적 디지털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39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지만 시간이 부족하고 번거로워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가입자가 많은 상황이다. 

지난해 4월 금융소비자연맹과 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만20세 이상 보험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최근 2년 이내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47.2%를 기록했다. 미청구 진료의 95.2%는 30만원 이하 소액 진료였다. 

청구를 포기한 사유로는 진료금액이 적어서(51.3%), 진료당일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6%),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23.5%) 등이었다. 실손 가입자 4명 중 1명꼴로 복잡한 청구절차 때문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경험이 있는 것이다. 현재의 실손 청구가 편리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36.3%에 그쳤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 개선 권고에 따라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보험업계와 정부, 소비자단체가 한목소리로 청구 간소화를 요청해 왔지만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는 의료 데이터가 보험사로 자동으로 넘어가게 되면 환자 의료기록 유출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보험사가 이를 악용해 보험 문턱을 높이는 등 영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험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시중은행들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0년 2월부터 실손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도입했다. 2021년 1월엔 우리은행, 5월엔 하나은행, 6월엔 KB국민은행 등이 탑재했다. 

핀테크사들 중에선 토스가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운영하는 중이다. 토스 앱에 접속해 '병원비 돌려받기'를 신청하면 의료 이용 내역이 연동돼 간편하게 보험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 뱅크샐러드도 보험 탭에 들어가면 페이지 상단에 병원비를 확인하고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