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동물 학대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태종 이방원'이 재정비 끝에 방송을 재개한다. 방송 폐지 주장까지 나올 정도로 거센 비판을 받았던 '태종 이방원'은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26일 오후 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극본 이정우/연출 김형일 심재현) 13회가 방송된다. '말 사망 논란'으로 방송을 중단한 지 6주 만이다. 그 사이 KBS 측은 제작 가이드라인에 '동물 출연'을 신설하는 등 시스템 전반을 정비했으나, 여전히 드라마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방송 재개를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대하 사극의 부활을 외치며 화려하게 닻을 올렸던 '태종 이방원'은 방송 초반까지만 해도 높은 완성도로 호평 받았으나, 지난달 19일 말 학대 의혹이 제기되며 암초를 만났다. 당시 동물자유연대는 '태종 이방원' 7회에 등장한 이방원 낙마 신에서 말의 몸체가 뒤집히며 머리가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며, 안전에 우려를 표했다. 의혹 제기 다음 날인 20일 KBS는 해당 사고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촬영에 참여한 말이 결국 사망했다는 사실이 전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시청자들은 '태종 이방원' 말 사망 사고에 큰 충격을 받았다. 방송 현장 근로 환경이 차츰 좋아지고 있다고 여긴 시점에 동물들은 여전히 학대당하고, 동물 복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전무한 현실은 충격을 더했다.
이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고, 급기야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태종 이방원 드라마 연재를 중지하고 처벌해달라',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25일 기준 각각 약 7만명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여기에 스타들 역시 '태종 이방원' 측의 동물학대를 규탄하며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후 방송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 9일 KBS는 공식입장을 내고 '태종 이방원' 촬영장에서 발생한 말 죽음 사고에 대해 동물 안전 보장을 위한 제작 가이드라인 조항을 새롭게 마련했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KBS는 "제작 가이드라인에는 출연 동물 보호를 위한 기본원칙을 밝히고, 촬영 전 준비 단계와 촬영 단계에서 지켜야 할 수칙들을 명시했다"라며 "특히 드라마 연기 시 동물 종별로 제작진이 유념해야 할 세부 주의사항도 포함했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제작 가이드라인에는 동물 학대 예방과 관련한 규정들이 포함됐다. 특히 동물이 신체적으로 위험에 처하거나 정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연기 장면은 최대한 CG 작업을 통해 구현하고, 실제 동물 연기 장면은 최소화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또한 살아있는 동물에게 인위적으로 상해를 입히거나,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산 채로 먹는 장면을 연출하지 않는다라는 문구도 명시화했다. 방송사는 동물보호 단체의 도움을 받아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제작 가이드라인을 현장에서 철저히 준수할 것이며 정부 및 관련 동물보호 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영상산업 전반에서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동물을 안전하게 촬영하는 제작환경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태종 이방원'에 대해서는 "출연 배우와 스태프 및 동물의 안전한 촬영을 최우선으로 할 수 있도록 제작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시청자 여러분께 더욱 사랑받는 명품 정통사극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제작 가이드라인 공개 이후 동물 학대 예방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이 마련되고 더욱 개선된 현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여전히 일각에서는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현장에 제대로 적용될지 미심쩍은 시선을 보낸다. 결국 관건은 가이드라인의 충실한 이행, 제작 현장 개선을 통한 시청자 신뢰 회복이다.
이와 관련 정덕현 평론가는 "이전에도 제작 현장에 대한 문제의식이 기저에 깔려 있었지만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태종 이방원' 사태가 이를 끄집어낸 것"이라며 "이번엔 동물 학대 문제가 비화됐지만 실질적으로 현장에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영방송의 대하사극은 인권, 동물권 등이 특히 잘 지켜져야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로 인해 방송 자체가 엎어지는 건 발전적인 방향이라고 볼 수 없다"라며 "차후 가이드라인을 잘 지키면서 문제점들을 꾸준히 개선해나가야 한다"라고 했다. 또한 "이번에 동물권을 위해 행동하시는 분들이 문제를 끄집어내는 큰 일을 하셨다. 앞으로도 이러한 시선들이 존재해야 한다"라며 "'태종 이방원'이 개선을 통해 모범사례로 남는 게 가장 바람직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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