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 IPO 양극화… 기술력 따라 울고 웃고
② 개미 울리는 ‘허수청약’… 금융당국 칼뽑는다
③ 연초 상장한 새내기주의 ‘희비’
① IPO 양극화… 기술력 따라 울고 웃고
② 개미 울리는 ‘허수청약’… 금융당국 칼뽑는다
③ 연초 상장한 새내기주의 ‘희비’
올해 1월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은 기관투자자의 상장 수요예측에서 1경5203조원이라는 역대급 청약주문이 몰렸다. 10곳 가운데 8곳이 청약 최대치인 9조5625억원을 각각 주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1주라도 더 배정받기 위해 자본금을 크게 뛰어넘는 주문금액을 써내는 등 ‘허수청약’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680개 기관의 자본금 총액은 11조5000억원 수준으로 이를 감안하면 상당히 과도한 주문금액 규모다. 국내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이 수요예측에서 ‘허수청약’을 하는 것이 이미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이 덕에 LG에너지솔루션은 수요예측 경쟁률 2023대 1이라는 국내 IPO(기업공개) 사상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착시효과가 공모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혼란과 피해를 야기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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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수요예측시 ‘증거금’ 불필요… ‘베팅성 허수 주문’ 가능━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대표주관사인 KB증권이 지난달 13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LG에너지솔루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자료에 따르면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680개 기관 가운데 585곳이 각각 최대치인 9조5625억원의 공모주를 주문했다. 전체 공모주식의 75%인 3187만5000주(9조5625억원)를 대상으로 기관 주문을 받았으므로 청약에 참여한 대다수 기관이 기관 배정 물량 전체를 주문한 셈이다.
현행 수요예측 제도는 기관투자자들이 개인들의 일반 공모주 청약과 달리 ‘증거금’을 낼 필요가 없다.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개인 투자자는 청약시 청약금의 50%를 청약 증거금으로 내지만 수요예측에서 기관은 주문을 넣은 후 추후 배정 물량에 해당하는 돈만 지불하면 된다. 자본금이 부족하더라도 공모주 물량을 최대로 배정받기 위해 ‘베팅성 허수 주문’을 넣을 수 있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수요예측에서 최대치로 공모주를 주문한 기관 585곳 가운데 회사 자기자본금이 10억원 미만인 곳은 9.2%인 54곳으로 집계됐다. ▲10억~50억원 미만은 292곳(49.9%) ▲50억~100억원 미만 122곳(20.9%) ▲100억~500억원 미만 95곳(16.2%) ▲500억~1000억원 미만 5곳(0.9%) 등으로 나타났다. ▲1000억~1조원은 11곳(1.9%) ▲1조원 이상인 곳은 6곳(1.0%)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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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허수청약’ 피해에… 제도개선 착수━
수요예측은 기관 투자자들이 상장을 앞둔 기업의 주식 매입 수량과 가격을 제시하는 과정으로 이를 통해 최종 공모가가 결정된다. 통상 기관에게 인기가 높으면 가치 있는 공모주라고 인식돼 일반 공모주 청약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기관의 ‘허수청약’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떠안게 된다는 지적이다. 기관 수요예측의 높은 경쟁률로 개인 투자자들이 일반 공모주 청약에 몰리면 주식 배정 기회도 줄어들 여지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일반 공모주 청약의 경우에도 균등배정을 통해 1주도 못 받은 개인투자자들이 속출했다.
공모가가 최상단에서 결정됐으나 ‘허수청약’으로 합리적이지 않은 공모가가 설정된 경우 상장 이후 주가가 하락해 그만큼 개인들의 투자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가는 최상단인 30만원에 확정됐다. 하지만 크게 높아진 기대는 곧 실망감을 안겼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에 실패했고 주가 급락을 맞았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주가는 시초가 59만7000원 대비 18만6500원(31.24%) 하락한 41만500원을 기록했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투자협회와 금융당국은 제도개선에 나섰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9일 기관전용 사모펀드(옛 PEF) 운용사 CEO(최고경영자) 간담회 후 “IPO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자 역할에 대해 지적 여론이 있어 금융위원회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규정 개정안도 마련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0일 자율규제위원회를 열고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의결, 투자일임회사 등의 수요예측 참여 요건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투자일임회사가 자기자본(고유재산)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할 경우 별도 요건이 없었다. 개정안에 따라 ▲투자일임업 등록 후 2년 경과 ▲투자일임 규모 50억원 이상 등 요건이 적용된다. 불성실 수요예측, 고유재산 증식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목적으로 여겨지는 투자일임업 등록 신청이 늘어난 것에 대한 조치다.
당초 개정안은 지난달 25일부터 시행 예정이었으나 신생 기업들의 시장진입을 차단한다는 비판 등 투자일임회사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이 들어오면서 추가 논의 후 내용을 확정하는 것으로 발표 계획이 변경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예고된 개정안에서 '등록 2년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투자일임재산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곳은 참여 가능하다'는 사항이 추가 됐다. 우회 등록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일반 사모집합투자업자에도 동일 기준이 적용된다.
개정안에 따라 투자일임업자 및 사모집합투자업자는 자기자본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려면 수요예측 참여조건을 충족했다는 확약서와 증빙서류를 IPO 대표 주관사에 제출해야 한다. 해당 규정은 오는 5월 1일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발행기업의 IPO부터 적용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등록 후 2년 경과 등 제한은 신생 기업들이 불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 운용 자산 규모에 따라 주문 가능 범위를 제한하는 방식이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IPO는 지속적으로 있을 것이다. 신생 기업이더라도 기업의 규모를 점차 키워서 시장에서 인정을 받게 되고 성장에 따라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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