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송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을 지명한 가운데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창용 국장을 두고 출중한 인재라고 평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유튜브를 통해 송별간담회를 열고 “(이창용 국장은)학식, 정책 운영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면에서 워낙 출중한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사실 저보다 훨씬 뛰어난 분이기 때문에 제가 지금 조언을 드릴 거는 따로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에 앞서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3일 점심시간에 기습적으로 이창용 국장을 새 한은 총재로 지명한다는 발표를 했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이 이 국장을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했다”며 “국내·국제경제 및 금융·통화 이론과 정책, 실무를 겸비했으며 주변 신망도 두텁다”고 말했다. 특히 박 수석은 “한국은행 총재직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입장을 냈다. 인수위 관계자는 “한국은행 총재 인사 관련,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오는 29일 미국 워싱턴에서 출발해 30일 오후 귀국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가 오는 끝나는 30일 이창용 후보자가 귀국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 이 후보자는 24일 지명 소감을 발표할 계획이다.
인사청문회 등 절차 남았는데 4월 금통위는
금융권에선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가 오는 31일로 일주일가량 남은만큼 이창용 국장을 후보로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 등울 거쳐 임명되지까지 약 한달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사상 초유로 한은 총재 자리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는 4월14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총재 공백 사태가 벌어져 기준금리 결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주열 총재는 “차기의 통화정책결정 회의가 20여일 남았는데 저의 전례를 비춰보면 다음 회의까지 취임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만약 부득이하게 일시적으로 (총재) 공백이 발생하더라도 금융통화위원은 합의제 의결 기관이기 때문에 공백이 생긴다 하더라도 통화 정책은 아마 차질 없이 수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재 공백이 생겼고 해서 곧바로 통화 정책의 차질이라든가 더 나아가 실기 우려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좀 기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코로나 위기 대응과 정상화 과정 기억 남아"
특히 이주열 한은 총재는 76차례에 이르렀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회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됐을 때의 위기 대응과 그 이후 정상화에 시동을 거는 과정들을 꼽았다.

이 총재는 “2년전 이맘때 상상도 못했던 감염병 위기에 놓여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내부적으로 검토위원과 우리 임직원은 물론이고 바깥으로는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관계 기관장들과 정말 아주 긴박하게 협의하고 토론하고 일이 기억난다”며 “그 고심의 산물로 전례 없는 정책 수단을 동원했던 기억 그리고 다행히 그런 정책 대응들이 효과를 나타내 금융시장이 빠르게 진정되고 경제회복이 가시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이례적이고 전례 없는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언제 되돌리고 언제 정상화시키느냐 하는 고민을 했는데 지난해 8월부터 시동을 걸어 지금까지 이어온 과정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며 “2년 전 이맘때 한미 통화 스와프를 체결을 했던게 금융시장 안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당시 들었던 안도감을 제 기억에서 지울 수가 없다”고 회상했다.

이주열 총재는 8년간의 임기 동안 9차례의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금리 인하가 인상(5차례)보다 4차례 더 많았던 것이다.

이에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경기의 흐름, 경기 변동, 물가의 흐름, 금융 불균형이 위험 등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운영하는 게 기본”이라며 “(금리) 인하 횟수가 더 많았고 그 결과 기준금리 수준이 제가 취임할 당시 수준보다 아래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제가 재임하는 동안 경기 상황이 어려웠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열 "통화정책 완화정도 계속 줄여나가야"
미 연준은 내년 말 기준금리 수준을 2.8%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7차례 금리 인상 이어 내년에도 3∼4회 추가 인상해 2년간 총 10∼11회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주열 총재는 “통화정책은 1차적으로 자국의 국내 경제·금융 상황을 고려해 운영하는 것”이라며 “미 연준의 결정이 상당히 중요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한은 통화정책 운용과 직접적으로 연계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기준금리를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 어떤 속도로 조절할지는 후임 총재와 금통위가 금융·경제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근 물가 상승이 거센데다 국내외 기관들이 국내 경제 성장률을 3% 이하로 하향 조정하고 있어 금리 인상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총재는 “2월 올해 경제 성장률을 3%, 소비자물가 상승률 3.1% 예상을 했는데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어 우리가 전제했던 상황보다 악화된 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현재 발발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국내 물가에 꽤 상승 압력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짐작을 하고 있고 (경제)성장에도 상당한 부담을 주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주열 총재는 마지막으로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계속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