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쿠·신’(네이버·쿠팡·신세계)이라는 이커머스 3강 체제가 견고해지면서 4위 사업자로 꼽히던 11번가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매출 성장은 만족스럽지 못하고 적자는 늘어가는데 ‘11번가만의 무기’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난 24일 11번가는 신임 CEO로 하형일 SK텔레콤 CDO(53·사진)를 내정했다. 하 내정자의 공식 취임은 4월 초로 예상된다. 가장 큰 과제는 실적 개선과 함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 진행이다.

하 내정자는 사업 개발 및 글로벌 사업 전문가다. 맥쿼리그룹 등 글로벌 투자은행 업계에서 경험을 쌓아 2018년 SK텔레콤에 합류했다. SK텔레콤에서 ADT캡스 인수, 티브로드 인수·합병, 우버 투자유치 및 티맵모빌리티와의 합작사 설립 등 굵직한 신규사업과 외부 투자유치 등을 맡아왔다. 2020년부터는 11번가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면서 지난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론칭을 주도했다.


최근 11번가의 실적은 좋지만은 않다. ▲2019년 매출 5305억원 영업이익 14억원 ▲2020년 매출 5456억원 영업손실 98억원 ▲2021년 매출 5614억원 영업손실 694억원 등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커머스 업계가 성장가도를 달린 것에 비하면 매출 증가세는 더디고 영업손익은 2020년부터 적자전환하더니 2021년 적자 폭이 급격히 커졌다.

11번가가 지향하는 목표점인 ‘커머스 포털’으로의 전진도 쉽지 않다. 업계에서 가격, 배송에 이어 콘텐츠 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티몬도 콘텐츠 커머스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최근 오리지널 콘텐츠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해외직구 돌풍을 기대했던 아마존과의 협업도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1번가의 영업손실이 늘었고 IPO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 부분 예산을 많이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상 ‘십일절’에 모든 걸 쏟는 분위기라 존재감이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하 내정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와 직매입, 오픈마켓 사업을 중심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경쟁력을 확보해 지속 성장하는 11번가를 만들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