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 올해 최대 20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사진=뉴시스
원료 가격이 오르면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한국전력의 적자 규모가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전기요금이 ㎾h당 6.9원 인상된다. 지난해 12월 확정한 전력량 요금 인상분 4.9원과 기후환경요금 인상분 2원 등이 합쳐진 가격이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동결됐다. 국제 연료가격 상승 영향으로 조정 요인이 발생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가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에 반대하면서 ㎾h당 0원으로 확정된 것이다.


연료비에 맞춰 전기요금을 결정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연료비 연동제가 정치논리에 가로막혀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 셈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원료 가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당시 국제유가가 큰폭으로 하락하면서 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백신 보급 확대로 원유와 LNG(액화천연가스) 등의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공급이 제한적으로 이뤄져 에너지원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문제가 생겼다. 에너지 원료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연료비 조정단가를 인상해야하는 상황이 됐지만 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부담 증가를 우려한 정부가 잇따라 제동을 건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2, 3분기와 올해 1, 2분기에 잇따라 한전에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하라고 통보했다.

인상요인을 전기요금에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력구매단가는 치솟고 있다. 한전이 발전 자회사와 민간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도매가인 SMP(계통한계가격)는 지난달 ㎾h 당 197.32원으로 1년 전 75.44원보다 2.6배 이상 올랐다.

이에 따라 한전의 적자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한전은 지난해 연결 기준 5조860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국제유가와 LNG 가격 상승이 지속된다면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가 최대 20조원 가량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가 연료비 조정단가를 거듭 동결하는 가운데 윤석열 당선인도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지 못하면 한전의 적자 규모가 확대되고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