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선적부두 인근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중소 부품사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부담까지 떠안으면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견 부품 제조사 화신은 지난해 241억5722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6년 영업이익(461억6368만원) 대비 반토막났다. 이곳은 현대차와 기아에 내연기관차용 섀시와 바디 제품을 주력으로 공급하는 1차 벤더다.

성우하이텍도 5년 전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된 영업이익을 냈다. KBI동국실업은 지난해 732억8537만원, 세종공업은 41억5800만원, 일지테크는 52억6118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중견기업뿐 아니라 중소 부품사들의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에이팸(옛 에스모)과 체시스는 지난해 각각 47억7164만원, 16억5226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 543억원의 수익을 손에 쥐었던 세원정공은 지난해 1억5071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원자재 가격 인상은 올해 들어서까지 이어지면서 부품사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 냉간압연강판의 국내 유통가격은 톤당 132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뛰었다. 구리 가격은 1년 전보다 20% 상승했다.

중소 부품사들은 원자재 가격 인상 부담을 제품에 전가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업계에서 '을' 또는 '병'으로 불리는 중소 부품사들은 원자재 가격을 모른채 완성차나 1차 부품사가 통보한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부품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1%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반도체난 등 각종 악재 속에서도 현대차가 5~6%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과 국내 부품사들의 영업이익률은 1%대로 바닥을 치고 있다"며 "완성차와 부품사의 수익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제품 가격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전환에 가속도가 붙으면 부품업계의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연기관 차에는 약 3만여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이 가운데 37%의 부품은 전기차에서 사라지게 된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줄도산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내연기관차는 금융권에서 사양산업으로 판단해 기존 대출 지원까지 회수하고 있다"며 "구조 전환기에 있을뿐 사양산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 지원을 강화하고 현재 생태계 상황을 감안해 연구개발과 전동화 시대에 적응할 시간과 지원책을 줘야 한다"며 "비가 올 때 우산을 줘야 중소 부품사들이 당장의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