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이자는 지난 5월10일(현지시각) 116억달러(약 14조8000억원)에 바이오헤븐을 현금으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사진=로이터
▶기사 게재 순서
①"이번엔 다르다"… 바이오에 발담군 대기업들
②몸집 불리자… 인수합병 나선 바이오
③대기업 바이오 진출, 성공일까 무덤일까
#. 미국 화이자는지난 달 10일(현지시각) 116억달러(약 14조8000억원)에 바이오헤븐을 현금으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바이오헤븐 주식을 78.5% 프리미엄이 더해진 주당 148.5달러에 사들이기로 한 것. 화이자의 바이오헤븐 인수 금액은 올 들어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간 M&A(인수합병) 중 가장 큰 규모다. 화이자가 막대한 현금을 쏟아부으며 바이오헤븐을 인수한 건 급성 편두통 치료제 리메게판트의 모든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화이자는 지난해 11월 바이오헤븐으로부터 리메게판트의 미국 외 전 세계 판권을 12억4000만달러에 사들였으나 이마저도 부족했던지 기업을 통째로 사버렸다.

제약바이오 M&A 시장에 불이 붙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막대한 현금을 챙긴 기업들이 M&A에 나서며 몸집을 불리는 모양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는 전략에서다. 그동안 M&A에 소극적이었던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M&A 유행… 26.5조 쏟아부은 화이자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덕분에 거금을 쓸어담았다. 화이자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812억8800만달러(97조1900억원)로 전년대비 93.9% 증가했다. 이중 코로나19 백신으로 367억8100만달러(43조9800억원)를 벌었다. 코로나19 백신이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 셈이다.


막대한 현금을 무기로 화이자는 공격적인 '기업 쇼핑'에 나섰다. 지난해 8월과 12월 각각 트릴리움테라퓨틱스(트릴리움)와 아레나파마슈티컬즈(아레나)를 인수했다. 지난해 화이자가 기업 인수에 쓴 액수만 87억6000만달러(11조800억원)에 이른다. 올 들어 진행된 리바이럴과 바이오헤븐 사례까지 포함할 경우 화이자는 최근 1년 동안 208억2500만달러(26조5200억원)를 인수비용으로 썼다.

화이자의 이 같은 행보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경영전략으로 M&A를 선택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금력을 갖춘 화이자가 신약후보물질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텍을 인수해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분석이다.

화이자가 인수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트릴리움은 항암 신약 개발 기업이다. 주력 파이프라인은 CD47이라는 유전자를 타깃하는 표적항암제다. 아레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특화된 신약 개발사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과 바이오텍 사이에서 M&A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외신 등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과 바이오텍의 M&A 사례는 32건에 이르는데 올 들어서도 5월까지 6건의 딜이 진행됐다.
그동안 M&A에 소극적이었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현금을 챙긴 기업들들이 M&A에 나서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대기업 가세… 더 뜨거워지는 바이오 M&A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M&A에 소극적이었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현금을 챙긴 기업들에서 M&A를 향한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체외진단기업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 3월 161억원에 독일의 체외진단기기 유통사 베스트비온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619억원을 투입해 이탈리아 체외진단 유통사 리랩을 인수하기로 했다. 두 기업 모두 유럽에서 체외 진단용 기기를 공급하는 유통회사다. 베스트비온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전역에 자체 유통망을 구축했다. 이 회사는 24시간 내 제품을 배송할 수 있고 유럽 내 대형 검사센터, 대학병원 등 1000개 이상의 주요 고객사도 보유했다. 리랩은 이탈리아 전역에 체외 진단용 시약과 기기를 공급한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글로벌 체외진단기업에 역점을 둔다. 최근의 M&A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로 막대한 돈을 벌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2조9300억원으로 실적 부문에 있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최상위권에 위치한다.
하지만 일상회복에 속도가 붙으면서 주력제품인 진단키트 판매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성장 동력 확보하기 위해 잇따라 해외 유통기업을 인수한 만큼 추가적인 M&A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해 M&A를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등을 통해 보유한 현금은 올 1분기 기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5조원 이상의 투자자금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M&A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지난 3월 "바이오텍 분야 진출과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 등 백신 기술 확보 등을 위해 앞으로 3~4년간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M&A도 있다. GC셀은 GC(녹십자홀딩스)와 지난 4월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바이오센트릭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GC셀은 아아시아와 미국을 잇는 CDMO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M&A 시도 사례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OCI의 부광약품 인수, GS의 휴젤 인수 등 대기업들의 바이오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바이오를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한 대기업들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M&A 시장을 달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