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본업은 어디로? 늘어나는 제약사 상품매출
②땅 짚고 헤엄?… 상품매출 포기 못하는 제약사
③"개발 만이 살길"… 제약업계 R&D 투자는
국내 제약사들의 수익원에 대한 구조적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최근 3년 동안 매출 상위 15개 제약사들의 매출액 대비 상품(도입제품)매출 비중은 연평균 40%를 넘어선다. 일부 제약사는 상품매출 비중이 80%에 달했다. 상품매출 비중이 너무 높아 글로벌 제약기업의 유통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상품매출은 제약사가 자체적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제품이 아닌 다른 기업이 생산한 것을 떼와 판매하는 것을 가리킨다. 글로벌 제약기업의 특허기간이 남은 오리지널 제품을 국내 제약사가 들여와 판매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제약사들의 수익원은 크게 ▲신약 개발 및 판매 ▲제네릭(복제약) 판매 ▲상품 판매 등으로 구분된다. 다만 신약을 개발해 매출을 내고 있는 국내 제약사는 많지 않다. 현재 국내 제약사가 개발해 허가받은 신약은 34개뿐이다. 다시 말해 제약사들의 실질적 수익은 복제약이나 상품 판매에서 나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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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5개 제약사 상품매출, 2년 새 4조9996억원→5조7836억원━
최근 3년(2019~2021년) 동안 매출 상위 제약사 15곳을 대상으로 사업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상품매출 규모는 꾸준히 커졌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광동제약 ▲한미약품 ▲대웅제약 ▲제일약품 ▲보령 ▲JW중외제약 ▲동국제약 ▲동아에스티 ▲일동제약 ▲한독 ▲휴온스 ▲셀트리온제약 등이다.이들의 2021년 총 상품매출액은 5조7836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늘었다. 2019년(4조9996억원)과 비교하면 2년 새 15.6% 증가했다.
매출 상위권에 속하는 제약기업일수록 상품매출액 규모는 컸다. 유한양행이 9859억원으로 가장 높은 상품매출을 기록했다. 이어 광동제약 9267억원, 종근당 6178억원, 제일약품 5597억원, GC녹십자 5301억원, 대웅제약 4639억원 순이다.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제약사들인데 글로벌 제약기업의 제품 의존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2019년과 비교해 상품매출액이 줄어든 곳은 GC녹십자와 동아에스티 단 두 곳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제약사들의 상품매출 비중은 연평균 40%를 웃돌았다. 2021년 15개 제약사들의 매출액 대비 상품매출 비중은 43%다. 2019년 43%, 2020년 44%였다. 상품매출 비중이 매출의 절반 이상인 제약기업은 유한양행, 광동제약, 제일약품, JW중외제약, 한독 등 5곳이다. 이중 제일약품의 상품매출 비중은 8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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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기업의 유통사? 40% 웃도는 상품매출 비중━
남의 제품에 의존하는 제약사들의 수익 창출 방식 문제는 꾸준히 지적돼왔다. 과거 제약사들은 신약을 내놓기 힘들다 보니 자연스레 복제약으로 눈을 돌렸다. 복제약만으론 외형 확대가 어려워지자 글로벌 제약기업의 제품을 도입·판매하는 사업을 물색했다.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상품을 들여와 매출 확대를 꾀한 것. 업계에선 기존 유통망에 남의 약을 얹어서 얻는 상품매출은 신약과 복제약 개발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는 제약사로선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통했다.2021년 상품매출 비중이 80%를 기록한 제일약품은 비아트리스와 다케다제약의 블록버스터(연매출 100억원 이상 의약품)를 유통하고 있다.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 말초신경병증치료제 리리카, 소화성궤양치료제 란스톤, 해열제 쎄레브렉스 등이다. 이중 리피토는 지난해에만 176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광동제약의 상품매출 비중은 69%다. 그중 가장 큰 영향력을 보이는 부문은 의약품이 아닌 물(水)이다. 광동제약은 제주개발공사와 2012년부터 위탁판매 계약을 체결해 삼다수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광동제약이 삼다수로 벌어들인 상품매출은 2839억원에 이른다.
유한양행의 상품매출 비중은 58%로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당뇨병치료제 트라젠타와 자디앙,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 등 베링거인겔하임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4개 상품이 합작한 매출액은 3536억원에 달했다. 반면 JW중외제약은 자회사 JW생명과학의 수액 부문 매출을 제외하면 전체 상품매출은 10%대로 떨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제약기업의 CSO(판매업무 대행 영업조직)이라는 오명이 있을 정도로 상품 의존도가 높다"면서 "제약사 내부에서도 상품매출 비중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당장의 수익성 문제로 체질을 빠르게 개선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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