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대리점들이 빅테크 진출로 인한 생존권 위협을 느끼고 거센 반발에 나섰다./그래픽=머니S 강지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보험대리점들 "카카오·네이버는 안돼"… 전쟁터 된 시장
② "네카오가 온다"… 온라인 채널 강화나선 삼성보험사
③ 카카오·네이버의 '보험 비교·추천'은 소비자에 양날의 검?
금융당국이 금융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 1호로 빅테크의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추진하면서 보험대리점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보험대리점들은 설계사들의 소득이 매월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빅테크사들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행할 경우 생존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보험대리점들의 강한 반대에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10월 중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시범운영을 목표로 상품 추천 알고리즘 등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시행을 둘러싼 난전이 예상된다.

윤곽 드러나는 플랫폼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2022년 4분기 보험권에서 최대 이슈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순부터 약 1개월 동안 빅테크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범운영한 후 이르면 오는 11월 말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온라인 금융플랫폼에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하고 추천하는 것이다.


현재 보험업 라이선스가 없는 빅테크는 보험상품을 비교·추천할 수 없는데 이를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해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진출은 대면 영업 위주인 보험시장의 비대면 영업 전환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의 '보험 모집채널별 판매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생명보험사의 신계약 건수는 총 1396만건으로 이 중 85.7%(1197만건)가 대면 채널에서 이뤄졌다. 나머지 14.3%(199만건)가 비대면 채널을 통한 판매였다.

아직 설계사들이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보험상품을 소개·추천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대면영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영업이 활성화 되며 온라인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자동차보험의 경우 지난해 비대면 채널 신계약 체결 비중이 40.7%로 대면 채널(39.9%)를 0.8%포인트 앞지르는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가입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는 보험 비교·추천서비스 시행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네이버는 자회사 NF보험서비스,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페이를 통해 각각 자동차보험료 비교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들이 소비자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어려운 보험 정보를 정제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다면 시장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머니S 강지호 기자

대리점 "생존권 잃는다" vs 빅테크 "불완전판매 감소"

금융당국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보험대리점들은 '생존권'을 내걸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험대리점 관계자는 "코로나19 타격과 고령화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설계사들의 삶의 터전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대리점협회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전속설계사의 월평균 소득은 2019년 299만원에서 지난해 256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 전속설계사 소득도 336만원에서 323만원으로 줄었다. 해당 기간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손해보험사 전속설계사 비중은 26.2%에서 35.7%로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빅테크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시행은 보험대리점업계에 방카슈랑스 못지않은 충격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18년 동안 생명보험사 설계사는 11만1328명에서 6만9580명으로 60% 감소했다. 은행들도 암보험, 건강보험 등 생보사들의 주력상품을 판매하면서 설계사들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게 보험업계 입장이다.

보험대리점들은 빅테크사들이 취급하는 상품에 자동차보험과 장기인보험은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보험은 고객과의 접점을 만드는 상품이고 장기보험은 보험설계사들의 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대리점들은 빅테크사들이 자동차보험, 장기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행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빅테크사들의 비교·추천 서비스에 따른 수수료를 고객들에게 전가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들의 수수료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의무보험에다 1년마다 갱신하는 자동차보험은 설계사들의 주 수입원이고 이미 비대면 판매 비중이 50%에 달해 소비자 불편도 크지 않다"며 "보장 내용이 복잡한 장기인보험 등도 온라인 판매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빅테크사들은 소비자 편의성 등을 위해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자동차보험과 종신·변액보험 등 장기인보험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종신·변액 등 상품 구조가 복잡한 상품군 역시 단계별로 취급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빅테크사 관계자는 "보험은 다른 금융상품보다 불완전판매 비율이 높지만 플랫폼에서 다양한 보험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면 소비자 편익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