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이 최근 발생한 제빵공장 사망사고와 관련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21일 열린 관련 기자회견에 나선 이명욱(왼쪽부터) 파리크라상 대표, 황종현 SPC삼립 대표, 허영인 SPC그룹 회장, 황재복 SPC 주식회사 사장, 도세호 비알코리아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해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불매운동 등 싸늘한 여론을 수습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22일 SPC그룹에 따르면 허 회장은 전날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SPL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고개 숙였다.

지난 15일 오전 6시20분쯤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무자 A씨가 소스 배합기 기계에 몸이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허 회장은 이틀 후인 지난 17일 사과문을 발표했고 이날 간담회에서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허 회장은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인 주변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충격과 슬픔을 회사가 먼저 헤아리고 배려하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사고 다음날 사고 장소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됐던 부분에 대해서도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잘못을 인정했다.

허 회장은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언제나 직원을 먼저 생각하고 안전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SPL 공장 안전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사과문 발표를 위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던 허 회장의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허 회장은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총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허 회장은 ▲전사적인 안전진단 시행 ▲안전경영위원회 설치 ▲안전관리 인력과 역량 강화 ▲직원들을 위한 근무환경 개선 등을 약속했다.
허 회장은 안전시설 확충 및 설비 자동화 등을 위해 700억원, 직원들의 작업환경 개선 및 안전문화 형성을 위해 2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사고가 일어난 계열사인 SPL에는 영업이익의 50%에 달하는 100억원을 산업안전 개선을 위해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전문성을 갖춘 사외 인사와 현장직원이 참여하는 안전경영위원회도 꾸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독립된 활동을 보장하고 안전보건조치 실행 및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전사적으로 산업안전보건 전담 인력을 확충하고 관련 조직도 확대 개편한다. 노동조합과 소통해 직원들의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육체적·정신적 건강 관리 지원에도 나선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장 직원들의 심리적 회복과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해 상담 치유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허 회장의 약속에도 이번 사고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이미 SPC 계열사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SPC의 노동환경이 열악하고 사고 이후 대응도 미흡했다는 지적까지 나어며 논란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계열사 공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 만인 지난 16일에는 사업 확장 홍보를 위한 영국시장 진출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며 다시금 화를 불렀다.

SPC그룹 불매운동 조짐은 빠르게 확산 중이다. 온라인에서는 SPC 계열사 브랜드를 정리한 게시글도 퍼졌다. 한 누리꾼은 "직원이 사고로 사망했는데 빵을 만들게 한 SPC의 조치에 화가 난다. 앞으로 SPC 제품은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허 회장의 이번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발표는 이런 여론을 뒤늦게 돌리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가맹사업을 주로 운영하는 만큼 가맹점주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밖에 이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허 회장 등 SPC 경영진이 취재진의 질의응답을 받지 않으면서 진정성 논란까지 불거졌다. 사과와 사고 재발 방지 대책 발표 기자회견을 보여주기식으로만 진행했다는 비판이 나오며 오히려 논란이 더 확대될 조짐이다.

이에 대해 SPC 관계자는 "현재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