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이란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란의 방대한 원유(세계 4위)와 가스(세계 2위) 매장량 때문이다. 유럽은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제공했다는 의혹에도 대이란 제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이란 핵합의(JCPOA) 복원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조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각) "JCPOA와 이란의 러시아 지원은 별개"라며 JCPOA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란은 지난 2015년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 등과 JCPOA를 체결했다. JCPOA 주요 내용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제한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대이란 제재를 대폭 해제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8년 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이란에 제재를 부여했다. 이후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JCPOA 복원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8월 'JCPOA 복원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복원 협상은 현재 이란 반정부 시위로 중단된 상태다.
이에 머니S는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시티호텔에서 세예드 모하마드 마란디 테헤란대 부총장 겸 JCPOA 이란 대표단 특별보좌관(특보)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는 마란디 특보가 지난달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에서 열린 한-이란 수교 60주년 행사 참석을 위해 방한하면서 이뤄졌다. 머니S는 이후 추가로 전화 인터뷰(지난 20일)를 진행해 JCPOA 현주소를 알아봤다.
마란디 특보는 "EU는 이란이 제시한 JCPOA 복원안에 동의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서방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며 IAEA의 중립성에 의문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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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이란 측 입장 동의"━
▶반정부 시위가 아닌 폭력 시위다. 친서방 언론들이 마흐사 아미니의 사인으로 경찰 당국의 구타라고 보도해 일어난 일이다. 이란 정부가 발표했듯 아미니의 사인은 경찰 당국과 관련 없다.
(만 22세 이란인 여성 마흐사 아미니는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구금됐다가 의문사했다. 이후 이란 전역에선 '히잡 반정부 시위'가 두달째 이어지고 있다.)
- JCPOA 복원이 지연되는 이유는 뭔가.
▶JCPOA 당사국 대표단은 지난 몇달 동안 오스트리아에서 협상을 이어왔다. EU의 중재하에 이란과 미국의 이견은 대부분 해소됐다. 지난 8월 EU는 최종적으로 양측에 중재안을 제시했다. 우리(이란)는 추가 요구 사항을 EU에 전달했다. 보렐 EU 대표는 우리의 요구가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우리의 요구를 수용했다면 JCPOA는 복원됐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추가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시간을 끌었다. 미측 요구사항을 받아보니 '백악관이 합의가 지연되길 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JCPOA 복원을 두려워했기 때문일 것이다.
- 중간선거 이전에 JCPOA가 복원돼야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한 것 아닌가.
▶맞다.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풀리면 국제유가는 하락할 것이다. 미국 국민 과반이 JCPOA 복원을 희망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JCPOA 복원을 망설인다. 이유는 하나다. 바이든 대통령이 JCPOA가 복원될 경우 공화당이 제기할 비판에 심적으로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다.
- 이스라엘은 JCPOA 복원에 반대한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이스라엘은 지난 1992년부터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한다.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 계획이 없다. 만들 계획이었다면 이미 몇년 전에 만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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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크라이나 전쟁 수혜국"━
▶맞다. 그럼에도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은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이란이 JCPOA 복원 협상에서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입장을 우선시하는 이유다. 보렐 대표가 '이란의 주장은 합리적'이라고 언급하지 않았나. 해당 발언은 미국에 이란 측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움직이지 않자 보렐 대표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는 미국이 유럽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표적이다.
-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무기를 지원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번 전쟁은 패권 유지를 위해 미국이 주도했다고 생각한다. 러시아와 유럽을 분리시키기 위함이다. 전쟁은 러시아와 유럽(독일)을 연결하는 가스관(노르드스트림2)이 완공된 직후 발발했다. 미국은 유럽이 러시아와 밀착하는 것을 경계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수혜국이 누구인가. 진정 미국이 유럽을 위한다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만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철저히 국익에 따라 움직인다. 윈-윈은 미국이 지향하는 외교정책이 아니다. 그들은 승자독식 구도에 익숙하다.
-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란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이란과 러시아, 중국의 동맹관계가 한층 강화됐다. 전쟁의 역설이다. 국가명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몇몇 유럽 국가는 최근 비공식 통로를 통해 이란산 가스 구매 의지를 전해왔다. 하지만 모두 무산됐다. 미국이 JCPOA 복원을 망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은 유럽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다.
▶해당 지역에서 마지막으로 핵 활동이 진행된 시점은 20여년 전이다. 그럼에도 IAEA는 핵 활동이 관측됐다고 주장한다. 이는 IAEA 이사진이 모두 서방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000년 한국은 사전 신고 없이 우라늄 실험을 했다. 하지만 IAEA는 즉각 사건을 종료했다. 한국이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 이란이 미신고 지역 3곳을 IAEA에 개방하지 않는 이유는.
▶이란은 IAEA의 모든 요구에 응했다. IAEA의 이 같은 요구가 협상에서 지렛대를 얻기 위한 미국의 셈법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미국과 IAEA는 이스라엘의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도 아니다.
- IAEA는 인공위성이 수집한 자료 분석 결과 지난 1994~2018년 마리반에서 핵 활동이 관측됐다고 주장한다. 이란 정부 입장과 대치되는데.
▶'인공위성 사진'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즐겨 사용하는 거짓 프레임이다. 방금 언급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미국은 과거에도 인공위성 사진을 토대로 사찰을 감행했다. 그 결과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이란 핵 프로그램은 지난 2015년 JCPOA 타결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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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이란편"━
▶미국은 마리반 등 3곳에서 핵 활동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미국은 거짓말을 일삼는다. 미국은 지난 2003년 '대량살상무기'를 내세우며 이라크를 침공했다. 마리반 등 3곳은 이란 군사시설이다. 미국은 이들 지역 사찰을 통해 이란 군사력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것 아닌가.
- 서방 언론은 '미국과 이란이 향후 JCPOA 탈퇴 시 30개월 유예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머니S가 파악한 바로는 양측이 합의한 유예기간은 37개월이다.
▶'이란이 미국으로부터 거대한 양보를 이끌어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겠다. 협상에 직접 참여하는 관계로 구체적인 수치를 알려줄 수는 없다. 이란과 미국은 JCPOA 복원안 작성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단어 몇 개만 남겨둔 상태다.
- 트럼프 전 대통령은 셰일 부흥을 위해 JCPOA를 탈퇴했다. 차기 미 대선에 텍사스 표심을 필요로 하는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의 JCPOA 탈퇴는 예정된 수순 아닌가.
▶JCPOA가 누구에게 가장 필요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고 있다. '저무는 해'인 미국은 JCPOA 복원이 무산될 경우 더욱 고립될 것이다. 이란은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에도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했다. 이란은 미국을 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국가(IS) 소탕에 나섰다. 이후 돌아온 것은 '악의 축'이라는 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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