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사진 왼쪽),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사진제공=각 사
정부가 성탄절 특별 사면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인 사면에 대한 재계의 기대감이 커진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한국의 성장동력이 꺼져가는 상황에서 경제활력의 불씨를 살리려면 기업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20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성탄절 특별사면 대상자를 심사할 예정이다. 이번 성탄절 사면은 윤석열 정부 첫 사면인 8.15 광복절 특사보다 규모가 더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는 사면 명단에 기업인이 포함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그룹 회장이다. 이들은 현재 취업제한 규칙을 적용받아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형기가 올해 3월 만료됐지만 5년간 취업제한을 받는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민간임대주택시장의 독보적인 역할을 해왔던 부영그룹의 부재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업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지난 사면을 행하면서 경제 회복과 민생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는데,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야말로 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 시장을 이끌어온 인물이자 1조원 이상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도 앞장서온 기업인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이 수익성 위주의 분양 아파트만을 공급하며 임대 주택사업을 기피할 때 부영은 어려운 사업 여건 속에서도 민간임대주택공급 활성화에 앞장서며 주택 정책을 뒷받침 해왔다.

그 결과 부영그룹은 전국에 30만 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해왔다. 그 중 23만 가구가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임대 아파트다. 부영 아파트 임차인들은 시세 대비 합리적인 임대료로 살다가 임대 기간이 끝나면 분양할 수 있는 기회를 우선적으로 갖는다. 임대주택법에 의해 보증금 인상 폭이 매년 제한적인데다 분양 시 분양전환가 역시 시세 대비 저렴하기 때문에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도 지난 2018년 11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집행유예 기간인 이듬해 3월 대표이사로 취임했지만 취업제한 위반으로 경고를 받았고 법무부에 취업 승인을 요청했으나 승인되지 않았다.

박 회장은 법무부를 상대로 "집행유예 기간은 취업제한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패소했고 2심에서는 승소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대법원이 "집행유예 기간도 취업이 제한된다"고 판단하면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금호석화는 박 회장이 복귀한 2019~2020년 2년 연속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30%가량 증가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했지만 취업제한 규정이 박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만약 성탄절 사면에 포함될 경우 박 회장은 경영족쇄를 풀게 된다.

재계는 성탄절 특사를 통해 주요 기업인들 사면해 경제위기 극복에 기여하도록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위기에 직면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춰잡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1월 전망치에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 지난 9월 전망치보다 0.4%포인트 하향 조정된 수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JP모건을 비롯한 9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이 지난달 말 기준 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1%에 그친다. 한국은행도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7%로 기존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내려잡았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 암울하다. 한국의 성장을 이끌던 수출은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고 무역수지는 8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한국의 주력 산업은 글로벌 수요침체에 밀려 재고가 쌓이고 주요 기업들의 수익성은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인 사면으로 반전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기업인 사면이 효과를 본 사례는 많다. 정부는 앞서 지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당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복권하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을 사면했다.

이후 삼성은 기흥 R&D 단지를 비롯해 반도체 연구단지에 2028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기술인재 육성을 챙기는 등 민간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고 있다. 롯데 역시 신 회장 사면 이후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와 롯데의료재단의 보바스기념병원 개원 추진 등 굵직한 투자 계획을 내놨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활력의 원동력은 결국 민간기업의 투자에서 나온다"며 "기업인을 사면해 민간투자 활성화와 경제 위기 극복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