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주택의 거주의무가 유지되면서 향후 전매를 기대하고 청약에 뛰어든 이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정부·여당은 '주택법'을 개정해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전세사기 여파로 법 개정에 제동이 걸렸다./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거주의무 취소' 주택법 통과 안되면 사회 '대혼란'
(2) 고의적 '선의의 피해자' 만든 정부, 졸속 입법 노렸다
(3) 매매가 1억 전세가 '1억3100만원'… 아파트도 '경고'
고금리 여파로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며 부동산 경착륙 우려가 현실화되자 국토교통부가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 분양권 전매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지난 4월7일부터 수도권 기준 최대 10년이던 분양권 전매제한 기한이 6개월~3년으로 대폭 단축됐다. 일부 지방은 전매가 아예 폐지됐다.

하지만 정작 '주택법'이 규정한 '분양가상한제 주택 거주의무'가 유지되면서 향후 전매를 기대하고 청약에 뛰어든 이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정부·여당은 주택법을 개정해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전세사기 원인이 된 '갭투자'(매매가와 전세금 차액만 내고 주택을 매매)가 신규 분양아파트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법 개정에도 제동이 걸렸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1·3대책 후 서울 아파트 전매 급증
정부는 올 초 발표한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1·3대책)에서 신규 분양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고 이를 소급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수도권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를 분양받은 계약자는 입주일로부터 2~5년간 거주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된다. 부동산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2021년 2월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미분양 증가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될 위험이 커지며 규제를 완화해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정부는 폐지를 결정했다. 거주의무가 폐지되면 분양 계약자들은 입주 시기에 전세 세입자를 구해 잔금을 치를 수 있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80%까지 완화했으나 이자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향후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실거주를 포기하는 이들이 늘면서 분양권 전매 거래가 증가했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분양권·입주권 전매 건수는 지속해서 증가해 ▲2월 11건 ▲3월 17건 ▲4월 37건 등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아파트 분양권 거래 건수는 1월 3400건에서 2월 4345건으로 27.8% 증가했다. 3월에도 4173건으로 4000건대를 유지했다.

1·3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인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장위4구역(장위자이 레디언트) 등 주요 분양 단지에선 계약률이 급증했고 이는 분양권 전매를 기대하고 청약에 뛰어든 투자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보고 있다.
시행령 개정 후 주택법 바꾸려 했는데…
문제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 주택법의 거주의무 폐지에 대해 신중론이 제기되며 분양권 전매도 사실상 의미가 없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갭투자로 인한 전세사기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난 상황에 갭투자를 부추길 수 있는 거주의무 폐지는 위험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4월26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선 투기지역의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대해 거주의무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투기지역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4곳이다. 해당 법안은 오는 5월10일 재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LH에 매입 신청할 수 있어
다만 주택법은 거주가 불가한 사유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알리고 해당 주택의 매입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주택일 경우 LH가 사업주체가 아닌 민간택지라도 계약자가 (LH에) 매입을 요청할 수 있으나 여러 규정에 따라 거절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매입이 진행될 경우 매매가는 입주자가 납부한 입주금과 입주금에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이자를 가산한 금액으로 산정한다. 서울 분양 아파트의 경우엔 통상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아 싼값에 매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