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KB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전세제도의 구조적 리스크 점검과 정책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경기 침체 시 발생할 수 있는 전세시장의 리스크 억제를 위해 정책적 지원과 명확한 규제를 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고서는 "최근 전세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악용한 전세사기가 사회 문제로 부각됐다"며 "주택경기 위축에 따른 전세가격 하락으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커졌으며 무자본 갭투자를 기반으로 한 조직적 전세사기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상황"이라고 전해다. 한국의 전세 제도는 사적 금융을 활용한 주택구입 수단으로서 역할을 해왔으나 주택경기 호황기 임대인의 투자행위가 시장 침체 시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행위로 이어지는 등의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대출규제를 받는 주택담보대출과는 달리 매매가격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은 경우 적은 투자금액으로 주택구입이 가능하다. 이른바 '갭투자'다. 매매전세비에 따라 수익률 변화가 매우 큰 전세 제도 특성 상 주택경기 호황기에 갭투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보인다. 예컨대 시가 5억원의 주택을 구입한다고 가정할 때 매매전세비 70% 주택의 경우 1억5797만원이 필요한 데 비해 매매전세비 90% 주택은 3분의 1 수준인 5797만원만 있으면 된다. 집값이 10% 오르면 전자는 26.6% 수익이 발생하지만 후자는 72.5%의 수익이 창출된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지난 2020~2021년 전세가격 급등으로 무자본 갭투자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시에 급락하면서 전세 리스크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민석 KB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장은 "이러한 전세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감안하면 향후 주택경기 위축기마다 전세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으므로 근본적인 개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전세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파악함으로써 안정적인 임대차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시장 불안과 관련된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전세사기 방지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주로 피해자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세 제도는 특유의 구조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나 월세보다 거주에 들어가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자가 보유 전에 주거사다리 수단으로 종종 활용, 추후에도 한국 임대차시장에서 주된 임차 유형으로 지속적으로 존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B금융연구소는 금융 시스템과 보증보험 강화를 통해 구조적으로 발생 가능한 문제를 최소화하고 거래 불확실성을 제거해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DSR산정 시 전세자금대출 포함 ▲매매전세비가 높은 주택(70% 이상)에 대한 전세대출 제한 ▲전세보증금 반환 용도의 대출에 대해 한시적 규제 완화(LTV 70%) ▲장기적으로 임대보증금 보증과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을 통합하고 임대인의 보험 가입 의무화 ▲매매 임대차 물건 하자 시 중개업소의 공제증서 보증 범위 확대 적용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봤다.
전세거래 안전성 확보를 위해선 세금 체납 여부 등 공인중개사의 임대인 정보 확인과 전세계약 시 중개업소의 매매전세비 설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는 다음날 0시부터 인정되는 전입신고 효력을 신고 당일부터 인정하고, 금융권의 확정일자 정보 조회와 활용을 가능하게 한다면 전세 제도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연구팀장은 "전세계약은 개인 간 거래이고 그 책임 또한 개인에게 있으나 전세 사기 사건이 발생하면 그 피해 대상이 주거 취약계층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예방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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