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6년 차에 접어든 최수현씨(가명·33)의 한탄이다. 다양한 직군을 거치며 직장생활을 이어왔지만 각종 비용을 감당하고 나면 수중에 남은 돈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나이가 들면서 소비가 늘어나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으나 소득은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어서다. 월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고정지출 앞에서 최씨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는 막막한 불안을 마주하고 있다.
직장 경력이 쌓이고 30대에 접어들면서 사회적 역할은 커진 반면 최씨가 체감하는 경제적 보상은 뒷걸음질쳤다. 소비문화가 발전하고 물가가 뛰면서 지출은 늘었으나 연봉 등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는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그는 "어렸을 때 엄마랑 마트에 가서 10만원어치 장을 보면 꽤 많은 물건을 살 수 있었다"며 "이제는 혼자 가서 장을 보더라도 금방 10만원을 채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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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지출만 45%…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돈을 모으고 있다는 느낌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최씨는 "5만원, 10만원 이렇게 (적은 금액을) 모으는 것도 저축은 맞지만 총액을 보면 큰일이 생겼을 때 한 번에 나갈만한 금액"이라며 "몇십만원을 모아봤자 병원 한 번 다녀오면 고갈되고 나이가 들수록 늘어나는 정기 검진비나 가족·동료의 경조사비까지 고려하면 여유분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최씨의 가계부는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1인 가구가 마주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전용면적 33㎡ 이하 연립∙다세대 원룸(보증금 1000만원 기준)의 평균 월세는 72만원이다. 국무조정실의 '청년의 삶 실태조사'를 통해 나타난 수도권 청년 가구의 평균 연 소득인 2752만원을 감안하면 소득의 약 31.4%가 월세로만 빠져나가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각종 지원 정책들도 실질적인 대안이 되지는 못했다. 그는 "청년 월세 지원을 받아봤지만 '도움이 된다'는 느낌은 크게 받지 못했다"며 "지원금이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나갈 돈이 많다 보니 생활 전반이 나아진다는 체감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 월세 지원금(월 최대 20만원) 역시 서울 평균 월세의 30%에도 미치지 못해 실생활의 임대료 상승 속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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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이 멈춘 자리… '각자도생'의 투자 시작━
그러면서 사회적 안전망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사회구조가 굳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실한 노동이 자산 형성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뒷받침이 사라지고 개인의 투자 역량이나 리스크 감수 여부가 미래를 결정하는 구조로 변질됐다는 설명이다. 최씨는 "사회가 안전망을 제공하기보다 각자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스스로 생존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최후의 보루처럼 여겨졌던 가족이라는 울타리마저 기댈 수 없다. 최씨는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기댈 곳이 사라지고 있음을 체감한다. 외동딸이라 다른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수 없다는 사실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진다. 그는 "직장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만 해도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점점 나 혼자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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