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가 서두르는 배경에는 지난해 출범한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다. 노조 측은 성명에서 "넥스트레이드의 오전 8시 개장으로 인한 거래소의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려는 점유율 방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넥스트레이드 참여사가 늘어나자 거래소는 한 시간 더 빠른 '7시 개장'이라는 맞불을 놓은 셈이다.
거래 연장 명분으로 '글로벌 스탠다드'를 내세우지만 대표 사례로 꼽히는 미국의 24시간 거래는 동·서부 간 시차 해결이 목적이다. 단일 시간대인 한국에서 새벽 개장과 거래시간 연장이 과연 어떤 효용가치가 있을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촉박한 추진 일정 역시 문제다. 거래소는 3월 중순까지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모의시장을 운영할 계획이지만 실제 개발 기간은 2~3개월에 불과하다. 증권사들이 HTS와 MTS 등 모든 채널을 전면 개편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물리적인 준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형사들엔 더 가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수십억원의 비용이 투입된 과거 넥스트레이드 사례를 반추해보면, 이들은 이미 감당하기 버거운 '선택의 기로'에 내몰린 셈이다. 거래소 측은 '자율 참여'라고 선을 긋지만 업계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사실상 제한적이다. 초기 15곳에 불과했던 대체거래소 참여사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현재 32곳으로 늘어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더 심각한 대목은 감시 체계의 허점이다. 노조는 성명에서 "지금도 인력 부족으로 이상 거래 징후 포착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감시 시스템 고도화와 인력 충원 없는 새벽 개장은 투기 세력에게 활개 칠 시간만 벌어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현재도 거래소는 감시 인력 부족으로 이상 거래 징후를 실시간 포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 시간을 연장하는 것은 사각지대를 넓혀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대통령이 강조한 시장개혁의 본질은 불공정 거래 척결과 투명성 확보다. 주가 조작과 부실한 상장 심사 등 뿌리 깊은 적폐를 도려내라는 취지였지만 거래소는 이를 '영업시간 연장'으로 오독했다. 시장에 대한 신뢰는 '문을 여는 시간'이 아니라 '규칙의 엄정한 집행'에서 나온다. 서학개미들이 미국 시장을 찾는 이유 역시 긴 거래시간 때문이 아니라 시장 시스템을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래소가 진짜 개혁에 나서려면 방향을 바꿔야 한다. 불공정 거래 적발 시스템 강화와 상장 심사 기준 정비가 우선이다. 운영시간을 늘린다고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현장의 준비 상태를 무시하고 일정부터 못 박는 방식이 과연 시장 선진화로 가는 길인지, 이제라도 거래소는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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