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내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실기업의 증시 퇴출에 속도를 낸다. 사진은 종가 기준 사상 최초 지수 5000을 돌파했던 지난 1월27일 한국거래소. /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이 국내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를 통한 이른바 '코리아 프리미엄' 실현을 위해 수준 미달 부실기업에 대한 엄정하고 신속한 퇴출에 속도를 낸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권 부위원장은 "상장폐지 개혁방안은 혁신기업의 원활한 상장을 지원하고 부실기업은 신속·엄정히 퇴출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시장구조로의 전면적인 전환을 가속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코스닥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3심제에서 2심제로 효율화하고 기업에 부여할 수 있는 최대 개선기간도 2년에서 1.5년으로 단축했다"며 "시가총액, 매출 등 주요 상장폐지 요건을 단계적으로 상향조정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라고 부연했다.
'상장폐지요건' 강화 방안 조기 실행
금융당국은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 집중관리단(단장: 코스닥본부 담당 부이사장)을 구성하고 이달부터 2027년 7월까지 집중관리기간을 운영한다.

집중관리단은 기존 코스닥본부 상장폐지 심사 3개팀에, 지난 코스닥시장 신뢰+혁신 제고방안(2025년12월)의 후속조치는 지난 9일 추가 신설된 1개팀을 더해 총 4개팀 20명으로 구성하고 필요시 신속히 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단장은 집중관리기간 중 정기적으로 상장폐지 진행상황을 밀착 관리하며 올해 한국거래소 경영평가시 코스닥본부의 경우 집중관리기간 실적에 높은 가중치(현재는 상장폐지 관련 평가항목 없음, 0%→ 잠정 20%)를 부여해 그 성과를 평가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코스닥 본부의 독립성·자율성 강화를 위해 별도 경영평가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만큼(코스닥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 2025년 12월) 평가의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시가총액 요건 상향조정 계획을 조기에 실행한다. 지난해 7월 한국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을 통해 올 1월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이 4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한 차례 강화됐다. 27년 1월1일 200억원, 2028년 1월1일 300억원으로 추가 상향조정이 예정돼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방안을 통해 상향조정 주기를 매 반기로 당겨 일찍 실행한다. 이에 따라 올해 7월1일 200억원으로, 2027년 1월1일 300억원으로 시가총액 요건이 강화된다.
금융당국이 부실기업에 대한 증시 퇴출 요건을 강화했다. 자료는 신설된 코스닥·코스피 상장폐지요건 강화 방안. /자료=금융위
일시적 주가띄우기를 통해 상장폐지를 회피할 수 없도록 세부 적용기준과 시장감시도 강화한다. 현재는 30거래일 연속 시가총액 기준 하회시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10거래일 및 누적 30거래일 시가총액 기준을 상회하면 상장폐지되지 않았다.
앞으로는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시총 기준을 상회하지 못하면 즉시 상장폐지된다.

주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에 대한 상장폐지 요건도 신설했다. 동전주는 높은 주가변동성 및 낮은 시가총액 등의 특성이 있는 데다 주가조작의 대상으로 악용되기 쉽다. 미국 나스닥의 경우에도 주가가 1달러 미만인 이른바 'penny stock' 관련 상장폐지 요건을 운영하고 있다.

7월1일부터는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를 상장폐지 대상으로 하고 액면병합을 통한 손쉬운 우회를 방지하기 위해 '병합 후 액면가 미만'인 경우에도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세부적용 기준은 강화된 시가총액 요건과 동일하게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인 경우 관리종목 지정,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이 되지 못하면 최종 상장폐지 된다.

현재는 사업연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인 경우만 상장폐지 요건으로 규정한다. 여기에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인 경우도 요건으로 확대한다.

다만 사업연도말 기준은 해당 시 즉시 상장폐지되지만(형식적 요건) 반기 기준은 기업의 계속성 등에 대한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폐지를 결정한다

공시위반에 따른 상장폐지 기준은 기존 '최근 1년 공시벌점 15점 누적'을 '최근 1년 공시벌점 10점 누적'으로 하향조정하고 중대하고 고의적 공시위반은 한 번이라도 위반하면 상장폐지 대상 범위에 포함된다.
"글로벌 수준 혁신 통해 유망 혁신기업 상장 돕는다"
상장폐지 심사 시 절차도 효율화된다. 지난해 제도개선을 통해 코스닥 실질심사 시 기업에게 부여 가능한 최대 개선기간을 2년에서 1년6개월로 축소했다. 올해는 해당 기간을 1년으로 추가 축소한다.
금융당국이 국내 증시 경쟁력을 갈화하기 위해 부실기업 퇴출에 속도를 낸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사진=뉴시스
상장폐지 가처분 소송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법원과도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가처분 소송시 인용(거래소 패소)되는 경우는 적지만 사건 증가 시 소송기간이 길어지고 최종 퇴출이 지연될 우려가 있어서다.
최근 5년(2021~2025년) 상폐 가처분 소송 85건 중 2건만 인용됐다. 평균 결정 소요기간은 2022년 103일에서 2023년 189일, 2024연엔 202일로 늘어난 바 있다.

현 시점에서 개혁방안을 반영한 한국거래소의 단순 시뮬레이션 결과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수는 당초 예상했던 50개사보다 100여개 늘어나 약 150개사 내외(100~220여개사)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권 부위원장은 "금융위와 한국거래소는 집중관리기간을 즉시 가동하고 한국거래소 규정개정 등 후속조치가 필요한 절차 효율화는 4월1일부터, 4대 요건 강화는 7월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며 "이 과정에서 분식회계, 주가조작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실기업이 신속·엄정하게 퇴출되면 그 빈자리에 유망한 혁신기업들이 원활히 상장되도록 상장제도 개선도 병행한다"며 "지난해 말 코스닥시장 신뢰+혁신 제고방안의 후속조치로 AI(인공지능), 우주, 에너지 산업에 대한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도입·시행됐으며 올해도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대상인 혁신기술의 범위를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아가 국내 거래소가 글로벌 수준으로 혁신하고 성장·혁신 기업의 허브이자 아시아 거점 거래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다"며 "거래소를 전면 재설계하는 수준의 근본적인 혁신방안을 빠르게 마련해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하고 좋은 기업들은 상장하고 싶은 매력적인 거래소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