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이른바 '대법관 증원법'과 '재판소원법'에 대한 반발 차원이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법사위에서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법)과 대법원 상고심 등에서 확정된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법)을 강행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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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어도 되풀이되는 영수회담 '거절의 역사'━
2009년 이명박(MB) 당시 대통령은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 여야 대표 회담을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상황에서 청와대의 초청에 응하는 것 자체가 야성을 훼손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은 정치 보복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웃으며 밥을 먹을 수 없다며 반발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거절의 역사'는 되풀이됐다. 문재인 정부 말기였던 2021년, 문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을 제안했으나 당시 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원내대표는 "시점이 적절치 않다"며 선을 그었다. 당시 야당 내에서는 부동산 이슈와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대통령과 만나는 것이 정권의 실정을 가려주는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의원내각제의 본산인 영국은 총리와 야당 대표의 소통을 아예 관례로 못 박았다. 영국 하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정오 '총리 질의'(PMQs·Prime Minister's Questions)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총리는 의원들과 30분 동안 국정 전반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국가 안보나 테러 등 중대 사안이 발생하면 총리는 야당 대표를 국왕 자문 기구인 '추밀원'으로 초청해 기밀 정보를 공유하고 초당적 협력을 요청하기도 한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2013년 시리아 사태 당시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대표와 국가 기밀을 공유하며 파병 문제를 논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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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자체가 '리스크'... '팬덤 정치'의 비극━
반면 야당의 셈법은 복잡하다. 정부 여당의 실정에 기대 반사이익을 노려야 하는 야당 입장에서 애매한 협치보다는 "할 말은 하는 강한 야당" 이미지를 구축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정국 주도권을 쥐는 편이 선거 공학적으로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만나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돼버린 한국 정치의 기형적인 팬덤 구조다. 지지층의 정치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상대 진영의 수장과 타협하거나 대화하는 행위 자체가 배신으로 규정되는 분위기가 퍼졌다. 야당 대표가 대통령과 덕담이라도 주고받는 날에는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정체성을 잃었다"는 문자 폭탄과 비난 세례를 감수해야 한다.
이번 회담 무산의 이면에도 이러한 각자의 셈법이 작동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장 대표의 불참 배경에 이른바 '윤 어게인', 즉 강성 지지층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날을 세우지 않고 협치하는 장면을 연출할 경우 당내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 대표가 벌써 두 차례나 청와대의 오찬 회동 요청을 거부한 것은 이러한 '집토끼 단속' 차원으로 해석돼 왔다.
이 대통령이 설 연휴를 앞두고 통합 행보를 강조하는 시점에 정청래 대표가 굳이 사법개혁안 입법 강행으로 판을 깬 배경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당 안팎에서는 "대통령의 그립(장악력)이 여당에 먹히지 않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정 대표가 오히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근본적으로는 거대 양당의 극한 대치를 부추기는 승자독식 구조, 즉 소선거구제를 타파하고 2~5인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 도입이 해법으로 거론된다. 양당 독과점 체제에 균열을 내고 합리적 중도 정당이 원내에서 안정적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면 거대 양당이 대화를 거부하며 비토를 놓더라도, 중도 정당들이 협상 테이블을 채우며 소통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당 대립이 심해지면서 중간지대와 완충지대가 약해진 만큼 승자독식 성격의 선거제도를 보완해 다당제가 작동하도록 만들면 정치 에너지가 두 당에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며 "정치의 관심과 갈등이 중앙에만 농축되지 않도록 지방분권을 강화해 일상 정치의 상당 부분을 지방으로 내려보내고, 정치 세력과 갈등의 축을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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