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구하라씨의 실명을 딴 '구하라법'은 오랜 사회적 논란을 거쳐 현실화됐다. 2019년 구씨가 사망하자 20년간 연을 끊고 지낸 친모가 상속권을 주장해 유산의 40%를 받아갔다. 국민적 공분이 컸지만 당시 법은 '유류분(遺留分)'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유류분 제도는 법정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상속분을 허용하는 것이다. 재산이 주로 장남에게 돌아가던 시절 다른 가족의 공평한 이익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구씨 친모처럼 수십 년간 소식도 모른 채 살다 자녀 재산만 챙기는 사례가 잇따랐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패륜 가족의 상속권을 제외할 기준이 없는 건 불합리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에 따라 '구하라법'이 만들어져 국회를 통과했고, 이번 민법 개정안은 완결판으로 볼 수 있다.
국민들이 구하라씨 사건에 분노하고 개선을 요구한 건 상식과 정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이란 지위만으로 권리가 자동 부여되고 책임은 면제되는 구조는 불합리하다는 거였다. 남보다 못한 가족에게 법적 면죄부만 주는 식이라는 것이다. 특별한 연예인 가족에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라는 점도 한몫했다. 그 점에서 권리와 책임의 균형을 따지는 이번 민법 개정안은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부합한다.
다만 입법의 취지가 현장에서 잘못 나타나지 않도록 세심한 접근이 요구된다. 자녀를 돌보지 않은 부모나 패륜의 기준을 법으로 규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중대하게 부양 의무를 위반했다는 요건을 놓고서도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가족관계는 복잡하기 때문에 중대성과 고의성, 지속성을 토대로 '부양의무 위반'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만들어 가야 한다. 단순한 가족 갈등을 구분하지 못하면 법이 분쟁과 소송을 양산하는 도화선만 된다. 재산이 많을수록 '패륜' 주장이 전략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법원이 판례를 통해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잡아가는 게 필요하다.
또하나 근본적인 질문도 있다. 법은 사후에 정의를 따지는 것일 뿐이다. 고령화 사회의 도래, 단절 가족 증가, 1인 가구 확대 등 사회 변화에 맞춰 가족 돌봄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구조적 문제가 해결돼야 법으로 다툴 이슈가 줄어든다. 이제 설 연휴가 시작됐다. 가족은 이름 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번 민법 개정안은 상속 그 자체를 넘어 가족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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