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사진=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임대사업자 대출 만기 연장과 대환대출까지 신규 대출과 동일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가운데, 금융당국은 "구체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계 분석을 바탕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하겠다는 방침이다.
20일 이 대통령은 엑스(X·구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신규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내용 보고, 기존 다주택에 대한 대출 연장 및 대환 현황과 이에 대한 확실 규제 방안 검토를 내각과 비서실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금융당국이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왜 RTI(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 규제만 검토하나"라며 "대출 기간 만료 후에 하는 대출 연장이나 대환대출은 본질적으로 신규 대출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시장 충격과 실수요 영향 등을 감안해 적용 범위와 이행 속도를 놓고 세부 설계를 가다듬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RTI 규제 외에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오늘 내려온 지시인 만큼 다주택자·임대사업자 대출 규제라는 큰 방향성 외에는 전혀 정해진 안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통계 분석을 거쳐 통계 기반으로 안을 만들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도 전 금융권의 다주택자 대출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이날 오전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지시로 '다주택자 대출 대응' TF(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 킥오프 회의를 진행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TF에서 개인·임대사업자, 주택·비주택, 일시·분할상환, 수도권·지방 등 다주택자 대출 세부 현황을 먼저 파악할 방침"이라며 "이후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금융위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장은 예의주시… 은행·상호금융 온도차 눈길
현장에서는 아직 세부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은 만큼 영향 규모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세부 가이드라인이 확정된 상황은 아니어서 현장에서의 영향 규모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주택임대사업자 대출을 기준으로 보면 아파트보다는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주거용 자산을 중심으로 일부 연장 심사가 보다 엄격해질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RTI 등 수익성 기준이 함께 적용될 경우 임대인의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임대인의 부담이 커지면 전월세 가격에 전가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장·대환을 일률적으로 신규 대출과 동일 규제로 묶는 방안에 대해서는 건전성 측면의 부담도 언급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연장·대환까지 일률적으로 신규대출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 대출 연장이 광범위하게 제한될 경우, 차주의 실질적 상환 여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일시적 유동성 문제로 연체가 발생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며 "이는 금융회사 건전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계적·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담보 물건이 단기간에 매물로 출회될 경우 시장 혼란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월세 시장과 매매 시장 모두에 일시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고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연착륙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은행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과 달리 상호금융권에서는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 상호금융 관계자는 "임대사업자 대출 잔액은 상호금융권보다 시중은행이 더 많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며 "이번 사안으로 상호금융권이 크게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크지 않고, 은행권의 고민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정책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이에 맞춰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