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가 25일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을 공개하며 2028년부터 연결자산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공시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가치사슬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하는 스코프3 공시는 3년 유예를 적용해 2031년부터 시작한다. 기후금융 공급 규모도 기존 420조원에서 790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확대했다.
금융위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억원 위원장 주재로 제4차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ESG 공시 제도화와 기후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포스코홀딩스, KB·신한지주 등 주요 기업·금융기관 및 관계부처가 한자리에 모였다.

공시 로드맵에 따르면 첫 적용 대상은 2028년(2027년 회계기준) 연결자산 30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다. 2029년부터는 연결자산 10조원 이상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이후 국제 동향과 기업 준비 상황을 보며 추가 확대를 논의한다. 첫해에 한해 연결 기준 자산·매출액 비중이 10% 미만인 종속회사는 공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유예 조항을 뒀다. 산업계에서 측정 난도가 가장 높다고 지목해온 스코프3는 배출량 산정 인프라를 먼저 구축한 뒤 2031년부터 공시를 시작한다. 중소기업기본법상 소기업이면서 고탄소 배출 업종이 아닌 가치사슬은 공시 의무를 면제한다.


공시 채널은 거래소 공시로 시작해 제도가 안착되면 자본시장법상 법정 공시로 전환한다. 법정 공시가 되면 위반 시 과징금과 형사처벌이 가능해지는 만큼, 초기에는 예측·추정 정보를 활용한 공시에 면책(Safe Harbor)을 허용하고 제재보다 계도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날 함께 확정된 공시기준은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기준을 토대로 삼되, 톤당 내부탄소가격이나 산업별 지표는 선택적 공시로 완화했다. 공시기준 초안에 포함됐던 가족친화경영·인권경영 등 정책공시는 국제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최종안에서 제외됐다. 금융위는 로드맵 초안에 대해 3월 말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4월 중 확정할 예정이다.

기후금융 공급 계획도 대폭 손질됐다. 기존 '2024~2030년 420조원' 계획을 '2026~2035년 790조원'으로 기간과 규모를 동시에 늘렸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새 NDC를 확정하면서 재원 확충이 불가피해진 데 따른 것이다. 790조원 가운데 50% 이상을 지방에, 7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집중 투입한다.

이번 발표에서 새롭게 등장한 개념은 '한국형 전환금융'이다. 기존 녹색금융이 태양광·전기차 등 친환경 분야에 집중된 반면, 전환금융은 철강·화학·시멘트 등 고탄소 제조업이 저탄소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을 지원한다. 제철소의 석탄→수소 공정 전환을 위한 채권 발행, 정유공장의 에너지 효율 개선 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EU의 K-Taxonomy 기반과 일본식 업종별 탄소감축 로드맵 기반을 혼합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신용정보원을 중심으로 기후금융 웹포털과 금융배출량 플랫폼을 구축한다. 웹포털은 K-Taxonomy 적격 여부를 현장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금융배출량 플랫폼은 PCAF(탄소회계금융연합체) 기반의 통일된 산출식을 제공해 금융사별로 제각각이던 배출량 산정 문제를 해소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기후위기는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문제"라며 "금융이 K-GX의 중추적 조력자로서 탄소중립과 녹색 신산업 성장을 견인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