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과 대환대출을 신규 대출과 동일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주택 임대사업자 대출 만기 연장과 대환까지 신규 대출과 같은 규제로 묶겠다는 취지다. 신규 대출은 막혀 있는데 기존 대출은 관행적으로 연장된다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형평'이라는 잣대가 언제나 '균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금융과 부동산 시장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영역에서는 더 그렇다.


금융당국은 수도권·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해 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핀셋 대책'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LTV(담보인정비율) 0% 규제를 만기 연장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임대사업자 대출에 대해 RTI(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 기준을 재심사 때 엄격히 적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자본규제 강화까지 테이블에 오른 상황이다.

문제는 연장의 성격이다. 신규 대출은 미래의 레버리지를 새로 일으키는 행위지만, 만기 연장은 기존 계약을 전제로 한 유동성 관리의 성격이 강하다. 가계 주담대의 경우 원리금 분할상환 비중이 높아 구조적으로 만기 일시상환 비중이 크지 않다. 은행권에서는 "다주택자에게 연장해야 할 가계 주담대 자체가 많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실질적으로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영역은 2023년 이후 한시적 규제 완화로 취급된 주택임대사업자 사업자대출이다. 당시 LTV 30% 이내, RTI 요건 충족 등을 조건으로 일시상환 방식 대출이 허용됐다. 다만 은행권 설명을 종합하면 이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상당수가 아파트보다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주거용 자산에 묶여 있다.


여기서 또 다른 균형 문제가 발생한다. 서울 장기매입 임대주택의 상당 수가 비아파트다. 임대사업자는 원룸·오피스텔 등에서 전월세 공급의 한 축을 맡고 있다. 모두가 집을 소유할 수 없는 구조에서 누군가는 소유하고 누군가는 임차하는 시장이 형성된다. 임대사업자를 일괄적으로 '문제 집단'으로 보는 시각에 대한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연장이나 대환대출까지 신규 대출과 똑같이 묶어 제한하면, 그동안 성실하게 이자를 갚아온 차주들도 한꺼번에 돈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갚을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당장 현금을 마련하지 못해 연체가 발생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이 늘어나면 결국 은행의 건전성에도 부담이 된다.

집을 급하게 팔아야 하는 사례가 늘면 매물이 쏟아지고, 가격이 내려가며 담보 가치가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최근 서울 아파트 매물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일부 단지에서는 가격이 낮아진 거래도 나타나고 있다. 정책 방향이 바뀌었다는 신호만으로도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물론 가계부채 관리의 필요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레버리지에 기대어 집값 상승을 추종하는 구조를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 역시 타당하다. '신규는 막고 연장은 허용'하는 구조가 정책의 빈틈으로 작용해왔다는 지적도 일면 맞다.

그러나 정책에는 언제나 속도와 강도의 문제가 따른다. 형평성 확보라는 대의가 현실의 균형을 깨뜨릴 정도로 급격하게 적용될 경우, 그 충격은 다주택자에 그치지 않는다. 전월세 시장, 금융회사 건전성, 나아가 무주택 세입자에게까지 파급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어떤 대상에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명확해져야 시장 충격을 가늠할 수 있다"며 "단계적·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 정책에 '절대선'은 없다. 다만 충격을 최소화하는 설계는 가능하다.

형평의 잣대가 시장을 바로 세우는 도구가 될지, 균형을 무너뜨리는 칼날이 될지는 세부 설계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한 메시지보다 정교한 기준이다.
이예빈 금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