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6300선을 넘었다. 3차 상법개정(자사주 소각 의무화)까지 국회를 통과하며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향한 기대감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코스닥은 아직 1100선에 머물고 있다. 1996년 7월 기준지수 1000포인트로 출범해 한때 2834포인트까지 치솟았으나 지금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8.6배 올랐는데 지수는 1.6배 상승에 그쳤다. 몸집은 커졌는데 키는 그대로인 셈이다. 이 같은 역설의 답은 단순하다. 부실기업이 너무 많이, 너무 오래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코스닥 신규 상장은 1353개사였지만 퇴출은 415개사에 불과했다. 진입은 넓고 퇴출은 좁은 '다산소사(多産少死)' 구조가 시장의 발목을 잡았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개인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기관은 없으며 증권사 분석 보고서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시장이라고 인정했다.

현 정부는 이 구조를 정면으로 돌파하려 한다. 올해 1월 시총 상장폐지 기준을 4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올렸고 7월엔 200억원으로 추가 강화한다.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 퇴출 요건도 7월부터 신설된다. 거래소 시뮬레이션 결과 올해 상장폐지 대상은 약 150개사 내외, 최대 220개사로 추산된다. 코스닥벤처펀드 세제 혜택을 평생 300만원 한도에서 연 200만원으로 확대하고, 연기금 기금운용평가 기준에 코스닥 지수를 반영해 기관 자금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5년간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도 AI·반도체·바이오 등 코스닥 주력 업종을 겨냥한다. 26일엔 재정모펀드 운용사 선정도 마쳤다. 방향은 맞다.

문제는 체감이다. 정책의 방향은 옳지만 코스닥 투자자에게 먼저 도착한 건 '퇴출 명단'이었다. 150개사 상장폐지 예고는 코스닥 저가주 전반에 공포 매도로 번진 반면 국민성장펀드 자금이 실제로 기업 현장에 닿는 건 이르면 올 연말이다.


3차 상법개정도 마찬가지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로 주주 환원이 강화되고 지배구조 투명성이 높아지는 건 맞다. 하지만 혜택은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다. 강제 소각 대상 자사주 규모는 코스피 약 20조원, 코스닥 약 1조7000억원으로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자사주를 수십 년간 경영권 방어막으로 쌓아온 건 코스피 대형주들이었다. 이번 개정으로 가장 크게 움직이는 것도 결국 그쪽이다. 코스닥 입장에서 이번 상법개정은 남의 집 잔치에 가깝다. 치료는 시작됐는데 진통제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공백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국민성장펀드 집행 일정을 앞당기는 것이 첫 번째다. 코스닥 우량주 중심 ETF를 확대해 개인에게 편중된 수급 구조를 바꾸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했던 코스닥이 나스닥과 달리 제자리걸음을 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결국 기관 투자자의 부재였다. 부실을 걷어내는 작업과 살아남은 기업들을 키우는 작업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한쪽 페달만 밟으면 자전거는 기울어진다.

코스닥이 코스피 6300의 봄을 함께 맞으려면 이 공백이 너무 길어서는 안 된다. 수술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는 수혈도 서둘러야 한다.
김병탁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