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산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주택가격 안정이 청년층의 결혼을 가로막는 경제적 장벽을 낮추고 소비·출산 여건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높은 집값이 주거비 부담과 자산 격차를 키우며 가계 소비를 위축시켜온 만큼 가격 안정이 가계 경제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주택가격 안정이 가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영향을 분석한 '집값이 안정되면 달라질 것들' 보고서를 발간하고 경제·사회적 변화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제시했다고 8일 밝혔다.

신한미래전략연구소가 발간한 이번 보고서는 가계 자산의 약 70%가 부동산에 집중된 국내 자산 구조에서 주택가격 상승이 자산 격차 확대와 주거비 부담 증가로 이어지며 소비 위축 등 가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한국의 불평등은 더 이상 '소득'의 문제가 아닌 '자산'의 문제"라며 "지난 수년간 복지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소득 격차는 꾸준히 축소됐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는데, 이는 소득이 아닌 자산을 중심으로 불평등의 무게중심이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집값이 오르면 청년층과 중년층은 주거비 부담이 커져 소비를 가장 먼저 줄이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집값이 안정되면 이들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 여력이 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거 부담이 덜해진 만큼 교육이나 자기계발 같은 미래를 위한 지출도 늘어나 경제활동 전반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거 부담이 완화되면 결혼을 결정하는 경제적 장벽이 낮아져 미혼 청년들의 결혼 의향이 실제 결혼으로 이어지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 청년의 63.8%가 결혼 전 부모와 동거하다가 결혼 후 전세 (49.5%)·자가(24.9%)로 독립하는 구조다. '결혼=주택 마련'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한국에서 주택가격 안정은 결혼 실행의 경제적 장벽을 직접적으로 낮추는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연구소는 "실제 최근 미혼 청년 중 결혼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62.2%로 직전조사대비 11.4%포인트 상승하고, 만 25~29세 미혼여성의 결혼 의향도 57.4%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주거 부담 완화가 이 의향을 실행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출산과 관련해서도 주택가격 상승은 출산율 하락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주택가격(매매·전세)의 첫째 자녀 출산율 기여도는 30.4%이며, 주택가격 1% 상승 시 다음해 출산율이 0.002명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역으로 해석하면, 주택가격 안정 시 출산율 하락 압력의 약 30% 완화가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보고서는 주택가격 안정이 금융시장에도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청년·신혼부부 등 젊은층에서는 여유자금이 생기면서 초기 단계 금융상품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고령층에서는 큰 집을 처분하고 더 작은 집으로 옮기면서 남는 자금을 금융자산으로 운용하는 '다운사이징' 수요가 늘고, 주택연금이나 상속·증여 관련 금융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미래전략연구소 관계자는 "주거비 부담 완화는 소비 회복과 결혼·출산 여건 개선 등 가계의 삶 전반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신한금융은 가계의 자산 형성과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는 금융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