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와 만난 지인의 이야기다. 개인·기업이 '보장'을 위해 가입하는 보험이 일종의 새로운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달러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수령이 모두 미국달러로 이뤄진다. 최근 혼잡한 중동정세 등과 맞물려 원/달러 환율이 큰 변동폭을 보이자 환차익을 노린 소비자는 달러보험으로 자산증식을 꾀하는 중이다.
이같은 배경엔 '뉴노멀'이 된 고환율 시대가 자리잡고 있다. 환율이 1400원대에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나 '언젠간 계속 오를 것'이란 시장에서의 기대감이 개인자산을 움직이고 있다. 특히 안전화폐로 인정받는 달러 관련 상품이라면 소비자의 호기심을 끌기엔 더 쉽다.
달러보험은 주로 은행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판매된다. 올해 1~2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취급된 달러보험 판매액은 3297억원으로 전년 동기(2262억원) 대비 64.3%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판매액은 1조73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보험사에서 직접 판매한 수치를 합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은퇴 후 인생 '제2막'을 꿈꾸는 이들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특히 달러보험 일시납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외화를 보유해야 해 자본을 갖춘 퇴직자 등을 중심으로 가입이 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젋은층은 매달 보험료를 내는 월납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은 일시납을 위주로 가입률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달러보험 매입은 정상적인 투자행위로 보인다. 조금이라도 달러가 저렴할 때 미리 사둬 수익을 올리려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판매현장에서 발생한다. 달러보험은 기본적으로 환테크 목적이 아닌 장기상품이다. 장기상품 특성상 중도 해지 시 해지환급금이 납입 원금보다 적을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환차익에만 집중한 불완전판매가 최근 성행하고 있어 의가 필요하다.
"가입 10년 후 해지 시 124%의 수익이 날 수 있다는 말로 현혹했다."
"연금·종신보험이란 상품 특성과 달리 환테크를 통한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계약을 유도했다."
"환율이 오르면 추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라고 했으나 중도해지 시 해약환급금이 50%도 되지 않는 것을 가입 후에야 알았다."
실제 금융당국에 접수된 달러보험 관련 민원들이다. 공통적인 건 상품의 특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환차익만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달러보험 취급 보험사 임원을 소집해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한 자체 점검을 당부했다. 금감원은 보험사에서 제출한 점검 결과를 분석한 뒤 향후 현장검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시장 논리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이는 개인을 나무랄 순 없다. 하지만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올해 소비자보호를 재차 강조하고 있으나 무작정 이들을 지켜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금융당국이 '앞만 보고 뛰진 마세요'라는 경고문을 붙이면, 이를 잘 확인하고 천천히 뛸 때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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