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등에 대한 위법 판결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압박에 여야가 만장일치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만들기로 했다. 한국이 조선·반도체 등 분야에서 3500억 달러(약 520조원) 규모의 대미투자를 원활히 하도록 뒷받침하는 법안이다.
국회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대미투자특위)는 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대미투자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법안은 오는 1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될 예정이다.

법안에는 대미투자를 이행하기 위한 별도의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설립하고 '리스크 관리위원회'를 설치·운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사의 자본금은 2조원으로 정부가 전액 출자하기로 했다. 공사 총인원은 50명 이내로 하고 공사 사장은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이나 전략 산업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한 경력자에게만 자격을 주기로 했다.


공사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리크스를 관리하기 위해 이사회에 리스크관리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정부와 공사는 투자 정보를 원칙으로 공개하되 국가 안보와 기업 경영 비밀에 해당하는 부분은 비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투자 건마다 국회 동의를 받는 대신 정부가 사전 보고하도록 해 효율성도 높였다.

공사엔 한미전략투자기금이 설치된다. 기금 재원은 공사 출연금과 한미전략투자채권을 발행해 조성한 자금 등으로 마련된다. 기금은 추후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정한 투자기구에 대한 출자와 투자, 조선 협력 투자지원을 위한 대출·보증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특별법이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되자 김상훈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당초 한미전략투자기금 재원 마련과 관련해 기업의 출연금 조항을 넣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대미투자특위 야당 간사인 박수영 의원(국민의힘·부산 남구)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에서 지속해서 얘기한 것이 외환보유고 운용 수익으로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기업의 팔을 비틀어 재원 마련이란 염려가 많아 (해당 조항은) 빠졌다"고 말했다.


오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이 처리되면 미국의 관세 인상 방침도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8일 미국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서 법(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한다든지 협상 관련한 내용이 이행된다면 관세 인상과 관련 관보 게재는 없을 것 같다는 (미국 측의) 이야기와 반응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26일(현지시간) "한국 입법부가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입법화하지 않았다"며 "한국에 대한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14일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에 첨단산업 분야 등에 2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국내 기업 주도로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투자를 이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