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극우 전문가' 밀러 "청년 극단화 막는 건 가짜뉴스 예방접종"
'극우는 어디서 태어나는가' 저자, 신시아 밀러 이드리스 교수 인터뷰
"작은 진실에 허위 서사 덧씌운 음모론, 정치폭력으로 이어져"
급진화 차단 해법으로 허위정보 '프리벙킹'(예방접종) 제시
김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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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이후 선거 제도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졌다. 극우 부정선거론은 각종 음모론과 결합하며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다.
동시에 경제적 불안과 주거난, 병역 부담, 사회적 고립을 겪는 청년층 사이에선 여성과 이민자 등 특정 대상을 향한 적대적 서사가 쌓이고 있다. 정당한 문제 제기는 과연 어느 지점에서 음모론과 극단주의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일까.
"정부가 국민을 실망시키고, 실제로 부패가 존재한다는 '작은 진실'이 있다. 하지만 음모론은 이 진실 위에 전혀 다른 허위 서사를 덧씌운다. 사람들이 거짓을 진실로 믿는 순간, 자신이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도덕적 당위성을 느끼게 된다."
세계적인 극우·극단주의 연구자이자 '극우는 어디서 태어나는가'의 저자, 미국 아메리칸대 극단주의 연구·혁신연구소(PERIL)를 이끄는 신시아 밀러 이드리스 교수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음모론이 현실의 정치적 폭력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이같이 설명했다.
밀러 이드리스 교수는 오늘날의 극우가 과거처럼 폐쇄적인 정치조직 안에서만 자라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게임과 피트니스, 패션, 대학 캠퍼스, 온라인 커뮤니티처럼 청년들이 일상에서 즐거움과 친밀감을 느끼는 공간 속으로 혐오와 음모론이 파고들고 알고리즘의 추천을 따라 나도 모르게 급진화의 '토끼굴'로 빠져든다는 것이다.
그는 청년들이 직면한 경제난과 고립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이 복잡한 구조적 문제가 특정 집단을 향한 분노로 단순화되는 과정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 전체의 문제를 이해하고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것보다 명확한 적을 만들어 비난하는 것이 훨씬 쉽고 감정적으로도 만족스럽다. 일부 온라인 인플루언서와 정치인들은 '당신의 권리를 누군가 빼앗아갔다'는 피해의식을 팔아 표와 돈을 얻고 있다."
밀러 이드리스 교수는 극단주의에 대한 사후 처벌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가 제안한 해법은 가짜뉴스에 대한 예방접종에 해당하는 '프리벙킹'(prebunking)이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은 검열이지만 어떻게 생각하고 자신을 설득하려는 의도를 어떻게 알아볼지를 가르치는 것은 교육이다. 급진화가 진행된 사람을 다시 끌어내는 것보다 초기 단계에서 온라인 선전과 음모론을 식별할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다음은 밀러 이드리스 교수와의 일문일답.
-한국에서 20·30대를 중심으로 극우 문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교수님의 저서 '극우는 어디서 태어나는가'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 독자들이 교수님의 책에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현재 젊은 세대가 경험하는 현상에는 세계적으로 공통된 부분이 많다. Z세대는 영어권 콘텐츠나 자막이 달린 콘텐츠를 통해 국적과 관계없이 비슷한 미디어의 영향을 받는다.
온라인에서의 삶은 매우 개인화돼 있어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보고 경험하는지 서로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누군가 젠더 문제나 청년 세대에 나타나는 공통된 패턴을 설명하면 비로소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같은 세계적 흐름이 나타나기 때문에 공감을 얻는 것이라고 본다.
-정당한 문제 제기와 극우·극단주의는 어디서부터 구분되나.
▶저는 극우를 두 가지 기준으로 정의한다. 하나는 우월주의적 사고다. 백인이나 기독교인, 남성 등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우월해 더 많은 권력과 혜택을 가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반민주적 사고다. 언론의 자유나 법치주의를 부정하거나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태도다. 포용적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치와 규범을 훼손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반민주적인 사람이 민주적 선거를 통해 권력을 얻을 수도 있다. 언론은 후보자들이 무엇을 주장하는지 면밀히 살피고 민주주의에 반하는 주장은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
다만 시위와 사회운동, 급진적인 생각 자체는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급진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극단주의라고 봐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빼앗는 해법을 제시할 때 경계를 넘어선다. 특정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이동성 하락 같은 구조적 문제가 왜 여성과 이민자 등에 대한 분노로 전환되나.
▶실제 불만이 존재한다. 전통적으로 남성이 많이 종사했던 일자리가 줄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남성의 고립과 외로움, 우울증과 자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고등교육 참여에서도 여성이 남성을 앞서고 있다. 여성은 여전히 임금과 폭력 문제를 겪고 있다. 다만 남성의 상황도 악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논리적으로는 직업훈련과 도제제도, 멘토링, 장학금 확대 같은 구조적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은 피해의식을 판매하며 이익을 얻는다. 이들은 여성과 페미니스트, 이민자, 종교적 소수자 같은 희생양을 제시한다.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보다 누군가를 비난하는 일이 감정적으로 더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적이 생기면 문제의 원인을 파악했다고 느끼게 된다.
-같은 경제난과 주거 불안을 겪는데도 왜 일부 청년만 극우·극단주의적 메시지에 설득되나.
▶개인이 가진 취약성과 생애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직한 부모가 있는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은 극우에 가담할 가능성이 더 높지만 본인의 실직 자체가 반드시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가 있다.
현재 무엇을 빼앗겼는지보다 앞으로 무엇인가를 잃을 수 있다는 감각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 퇴거나 압류, 노숙, 부모의 실직을 경험하면 언제든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불안정성을 갖게 된다.
그런 사람에게 "선거를 도둑맞았다", "당신의 권리를 빼앗으려 한다"는 선전은 더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다. 따라서 한 세대 전체를 동일하게 규정하기보다 개인의 삶과 취약성을 함께 고려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 극우·극단주의는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들이나.
▶한 세대 전에는 이념과 조직이 모집 과정의 중심이었다. 극우단체에 들어가려면 실제 조직의 회원이 돼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이 머무는 모든 온라인 공간에서 포섭이 가능하다.
젊은이들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에서 극단적인 생각을 접하고 조금씩 믿게 된다. 이후 관련 인플루언서와 팟캐스트를 찾아보고 알고리즘의 추천을 받으며 더 깊은 토끼굴로 들어간다. 게임이나 피트니스 같은 즐겁고 친밀한 공간에서 혐오 콘텐츠까지 함께 접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이념을 퍼뜨리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조직이 위에서 전달하는 것뿐 아니라 아래에서 자발적으로 확산하기 때문에 훨씬 빠르게 성장한다. 급진화가 완성된 뒤 사람을 되돌리려 하기보다 토끼굴의 입구를 찾아 일찍 개입해야 한다.
-한국에서 선거관리 문제를 제기하며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청년들의 시위를 민주적 시민참여와 극단주의 사이에서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나.
▶젊은 세대에게 가장 나쁜 것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이탈, 포기다. 젊은 사람들이 정치 시스템과 선거제도에 관심을 갖고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긍정적이다.
선거나 정치제도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극우나 음모론자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다만 폭력을 정당한 수단으로 주장하거나 불법행위에 나서고 소수자의 권리를 축소하거나 법치주의를 훼손하려는 순간 반민주적 동원으로 넘어간다.
-미국 1·6 의사당 공격과 한국에서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에서 공통된 양상을 발견했나.
▶음모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부를 불신하는 것을 넘어 정부 뒤에 사악한 비밀 네트워크가 존재한다고 믿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큐어넌과 '도둑맞은 선거'라는 주장이 사람들을 동원했다.
공통적인 위험은 단순한 분노나 정부 불신이 아니라 현실감각의 상실이다. 사람들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믿고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두려움도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의 1·6 사태는 코로나19를 거치며 백신과 바이러스, 아시아인에 대한 음모론이 확산한 시기와 맞물렸다. 사람들이 두려워할수록 허위 주장에 더 쉽게 설득될 수 있다.
-음모론은 왜 발전하고 확산하나.
▶현실에 존재하는 작은 진실에 완전히 다른 허위 서사가 결합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부패가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일 수 있다. 엘리트가 범죄를 저지른 실제 사건도 있다.
하지만 음모론은 이런 사실을 이용해 사악한 비밀 네트워크가 정부와 사회를 모두 조종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확대한다.
음모론이 위험한 것은 사람에게 행동의 도덕적 당위성을 주기 때문이다. 단순한 분노나 불신이 아니라 현실감각을 잃고 사실이 아닌 것을 진실로 믿게 되는 순간 폭력으로 발전돼 확산될 수 있다.
-정부와 사회가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극단주의의 경고 신호는 무엇인가.
▶젠더 문제는 현재 매우 중요한 신호다. 젊은 남성에게 여성과 페미니즘, 이민자, 인종·민족적 소수자가 자신의 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콘텐츠가 많이 유통되고 있다.
특정 집단이 다수의 권리를 빼앗고 있다거나 여성·소수자의 권리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 경계해야 한다. 이미 획득한 권리를 되돌리려는 움직임도 경고 신호다.
정치인이 역사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다시 쓰려는지도 살펴야 한다. 미국의 1월6일 의사당 공격을 평화적인 시위로 재해석하거나 반대편을 진짜 반란 세력이라고 주장하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선거에 대한 허위 주장을 반복적으로 퍼뜨리는 것도 중요한 신호다.
-극단주의를 예방하기 위해 한국 사회가 우선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접종', 즉 프리벙킹이다. 허위정보가 퍼진 뒤 반박하는 디벙킹과 달리 사람들이 조작적 설득을 접하기 전에 그 수법을 알아볼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온라인 인플루언서나 정치인들이 어떤 목적에서 자신을 설득하려는지 표나 상품 판매를 위해 피해의식을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검열이 아니다.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비판적으로 판단할지를 가르치는 것이다. 부모와 교사, 정신건강 상담사 등 공동체 전체도 경고 신호를 알아보고 조기에 개입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언론 역시 수면 아래 커지는 반민주적 움직임을 취재하고 공론화해야 한다.
급진화가 진행된 사람을 되돌리는 것은 훨씬 어렵다. 초기에 사람들이 선전과 음모론을 스스로 식별하도록 돕는 것이 장기적으로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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