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은행 ATM기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국민성장펀드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손실 면책 특례를 도입한 데 이어 투자 위험가중치(RW) 규제 합리화까지 검토하며 생산적 금융 확대를 가로막던 규제 손질에 나섰다. 첨단전략산업 투자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이 떠안아온 책임 부담과 자본 부담을 동시에 낮춰 정책금융 참여 유인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1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에 대해 면책을 부여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조치는 금융회사들이 혁신기업이나 첨단 전략산업 투자에 참여할 때 과도한 책임 부담을 느끼는 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15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정부보증채권을 기반으로 한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에 더해 금융권·연기금 등 민간 자금 75조원이 함께 투입되는 구조인 만큼, 성공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금융권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금융당국은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정책적으로 필요한 분야에 장기 자금이 공급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국민성장펀드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의 출자·융자업무에는 고의·중과실을 제외하고 면책이 적용된다. 국민성장펀드가 직접 투자하는 건에 함께 참여하거나, 정책성펀드에 LP로 참여하는 경우, 인프라 투·융자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 초저리대출시 공동대출로 참여하는 경우 금융기관의 출자·융자 업무에 대해서는 고의·중과실 등을 제외하고는 그 손실에 대해 금융업 관련법 및 관계법령에 의한 제재를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A기업이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신규 자금을 조달하려고 국민성장펀드 지원을 신청하면, 기금운용심의회의 승인을 거쳐 펀드가 직접투자에 나설 수 있다. 이후 같은 자금조달 과정에서 B은행과 C증권사가 각각 25%씩 자금을 대며 공동 투자에 참여해 신주를 취득할 경우, 이들 금융회사의 출자 업무에는 면책특례가 적용된다.

아울러 국민성장펀드가 민간 운용사를 통한 간접투자에 나설 경우, 해당 펀드에 유한책임사원(LP)으로 참여한 금융기관에도 면책특례가 부여된다. 펀드의 저리대출 집행 과정에서 금융기관이 공동대출에 참여하는 경우에도 공동대출 업무에 대해 면책특례가 적용된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향후 국민성장펀드 등을 통한 투자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 규제 합리화 등 추가 제도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투자자산에 높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될 경우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 목적 펀드에는 400%의 위험가중치가 적용된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자본 규제가 정책적으로 요구되는 생산적 금융 확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혁신기업 투자나 전략산업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자본 규제와 책임 부담 때문에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국면에서 은행권의 위험가중자산이 확대되며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규제 점검 배경으로 거론된다. 환율 상승은 외화자산 평가액 증가 등을 통해 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생산적 금융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자본 규제와 책임 부담이 그대로인 상황에서는 투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며 "면책 특례도 의미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자본 규제가 더 현실적인 부담"이라고 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면책 의결을 통해 국민성장펀드에 참여한 금융기관이 예측하기 어려운 손실에 따른 사후 검사나 제재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성장펀드와 생산적 금융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