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보다 7.3원 오른 1501.0원에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이 주간거래 장중 150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2일 이후 처음이다.
환율 상승으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은행권은 외화자금 유출 가능성 등에 대비해 유동성 관리와 리스크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을 중심으로 외화 자금 사정을 점검하며 선제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은행권 외화 LCR 규제비율은 100% 이상으로, 향후 30일간 순유출 예상액 대비 고유동성 외화자산 비율을 의미한다.
주요 은행들의 외화 LCR은 규제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2월 말(잠정) 기준 은행별 외화 LCR은 ▲KB국민은행 142.73% ▲신한은행 184.36% ▲하나은행 209.68% ▲우리은행 265.76% ▲NH농협은행 155.3%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그룹 차원의 외환 포지션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투자손익을 제외한 외화 환산 손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헤지를 실시하고, 각 계열사의 외환 포지션을 고려해 그룹 차원의 노출도를 관리하고 있다. 또한, 보통주자본비율(CET1),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자본적정성 지표 관리를 위해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지표를 도입했다.
신한은행도 시장 변동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환율 변동폭을 기준으로 위기 인식 판단 지표를 운영하며 1일 변동폭 ±2.5%, 10일 변동폭 5% 등을 기준으로 관리 기준으로 삼고 있다. 최근 한 달간 해당 임계치를 초과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며 대외 변수 대응에 나섰다. 하나금융그룹은 주요 관계사들의 비상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환율 급등 등 대외 변수에 따른 영향을 고려해 당분간 보수적인 자산운용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또, 유가와 환율 변동에 민감한 업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외 환경 불확실성에 따른 단기 자금 경색 가능성에 대비해 외화 예금 동향도 점검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외화 유동성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매월 정기적으로 전행 유동성 현황을 점검하고 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자금시장 상황과 유동성 관련 특이사항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위기대응협의회를 통해 건전성 및 유동성 관리현황을 점검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외환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외화 유동성 지표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으로 현재로서는 금융 시스템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외화 유동성 관리에 나선 가운데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도 중동 정세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동 사태 이전에는 외화 수급 여건이 개선되면서 환율이 1300원대 후반에서 1400원대 초반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최근에는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으로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유가 상승 가능성과 위험회피 심리 확대 등이 환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불확실하다"며 "환율뿐 아니라 물가와 성장 등 거시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동 사태는 국내 경제에 성장 측면에서는 하방 압력, 물가 측면에서는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전개 상황을 지켜보며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관련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뒤 다음 달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추가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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