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시대
금융위원회가 최근 고조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해 금융시장 점검에 나섰다. 현재까지 국내 금융산업의 건전성과 외화 유동성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 불안이 심화될 경우 정책대응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비상 대응체계를 유지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오전 김진홍 금융산업국장 주재로 업권별 협회와 금융연구원, 보험연구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업권별 리스크 점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최근 중동 상황 심화에 따른 환율·금리·유가 변동성이 국내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국제 유가와 채권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 전반에 복합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참석자들은 현재까지 이러한 변화가 금융권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업권별 건전성 지표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권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3.59%로 규제비율(8%)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보험업권의 지급여력(K-ICS) 비율도 지난해 2분기 206.8%에서 같은해 3분기 210.8%로 상승했다. 지난해말 기준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조정자기자본비율 역시 카드사 21.1%, 비카드사 19.0%로 각각 규제비율(8%, 7%)을 크게 웃돌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중동 지역 익스포저도 제한적인 수준으로,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금융당국과 업계는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은행권은 환율·금리·유가 상승에 따른 리스크 요인을 일일 점검하고, 정유·석유화학·항공 등 유가 민감 업종에 대한 익스포저와 신용 리스크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


보험업권은 금리 상승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듀레이션 갭(금리변동에 따른 자산가치 변동 민감도 지표) 관리 강화를 통해 자본 변동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여전업권은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은행 차입, 자산유동화증권(ABS), 기업어음(CP) 등 대체 조달 수단을 확보하는 등 대응 체계를 구축 중이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도 유동성 관리와 비상 대응 계획을 점검하고, 서민·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들도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현재 5개 은행과 3개 손보사가 현지에 진출해 있으며, 외교부 특별여행주의보 발효 이후 전원 재택근무 전환 및 대체 사업장 이동 등을 통해 직원 안전과 업무 연속성을 확보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관련 보험 대응도 진행 중이다. 해당 지역을 운항하는 선박에 대해 기존 전쟁위험담보 특약이 취소되고 신규 계약 체결이 이뤄지고 있으며, 전체 33건 중 32건이 재가입을 완료한 상태다. 보험업계는 피해 발생 시 신속한 보험금 지급과 보험료 상승에 따른 정보 제공 등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진홍 금융산업국장은 "우리 금융산업이 그동안 시장불안 상황에서 축적된 위기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이번 중동 상황도 잘 대응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질적으로 달라진 국내 금융산업·시장 환경을 고려 자본 비율, 연체율 등 외형적 지표뿐만 아니라, 최근 자본시장 자금 유입 확대가 수신에 미치는 영향 등 예상되는 잠재적 위험요인들을 종합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금리·고유가 등의 상황이 서민과 소상공인에 더 큰 부담이 되므로 중기·소상공인 자금수요 애로사항을 점검하고, 생산적·포용적 금융으로의 대전환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는 관계기관과 함께 금융산업 리스크 요인과 시나리오별 대응계획을 지속 점검할 계획이며, 금융권과는 상시적으로 긴밀하게 소통할 계획이다. 또한 시장 불안이 심화될 경우 정책대응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비상 대응체계를 유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