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1인 기획사 논쟁의 해법으로 '정교한 기준 설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연예인 1인 기획사를 둘러싼 논쟁이 단순한 탈세 이슈를 넘어 산업 구조 변화와 제도 정비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고소득 연예인의 법인 설립을 조세 회피 수단으로만 보는 시각과, 변화한 콘텐츠 산업 환경에 부합하는 합리적 경영 방식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의 본질을 '허용 여부'가 아닌 '명확한 기준의 부재'로 짚는다.
오늘날 연예인은 더 이상 방송 출연료만으로 생계를 유지하지 않는다. 방송 활동을 넘어 소셜미디어(SNS) 운영, 굿즈 판매, 광고 계약, 해외 라이선스 등으로 수익원이 다각화되면서 하나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연예인을 개인이 아닌 '기업' 단위로 바라보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일부 상위 연예인의 소득 규모는 어지간한 기업체에 맞먹는 수준으로 체계적인 관리와 투자 구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가수 상위 1%는 1인당 평균 46억원, 배우 상위 1%는 22억원 이상의 소득을 기록했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대형 기획사의 천편일률적인 관리 구조에서 벗어나 아티스트가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지식재산권(IP)을 소유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수익 배분 구조의 합리화와도 맞닿아 있다. 과거에는 기획사가 투자·제작·유통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아티스트가 IP를 기반으로 수익 구조를 설계하고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인 기획사나 개인 법인은 콘텐츠 기획과 투자, 브랜드 운영을 유연하게 만드는 핵심 수단으로 작용한다. 업계는 이러한 구조가 창작 활동과 사업 운영 간 시너지를 높인다고 평가한다.
"절세냐 합리화냐"…쟁점 단순치 않아
논쟁의 출발점은 세율 구조다. 개인 종합소득세 최고세율은 45%에 달하는 반면 법인세율은 상대적으로 낮고, 법인은 인건비, 차량 유지비, 의상·헤어·메이크업 비용 등 다양한 지출을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는 연예인의 법인 설립을 '소득 이전을 통한 조세회피 전략'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탈세 프레임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전오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절세는 합법적 범위 내에서 누구나 추구할 수 있는 경제적 선택"이라며 "법인 설립 자체를 탈법으로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이남경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사무국장도 "연예인 개인 법인을 탈세 수단으로만 보는 시각은 산업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면 법인 전환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1인 기획사는 탈세?"…개념 혼재가 갈등 키워
업계는 현재 논쟁이 '개념 혼재'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현장에선 ▲개인사업자 형태의 1인 기획사 ▲등록되지 않은 불법 기획사 ▲아티스트 개인 법인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채 동일 선상에서 논의되고 있다.

개인 법인은 수익 관리와 투자, 브랜드 운영을 위한 조직임에도 일부 사례를 근거로 '페이퍼컴퍼니'로 일반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제도적 논의가 실체보다 이미지에 기반해 진행되면서 정책 설계의 방향성도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비용 인정 범위다. 과세당국은 법인의 실체를 판단할 때 ▲독립적인 운영 기반 ▲계약 주체 ▲비용 부담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법인 소득도 개인 소득으로 재분류될 수 있다.

반면 업계는 이러한 기준이 연예인의 직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반박한다. 연예인은 특정 사업장에 고정되지 않고 활동하며, 외형 관리와 트레이닝 비용 역시 '상품성 유지'라는 사업 목적과 직결된다는 주장이다.

이 사무국장은 "연예인의 이미지와 브랜드는 곧 상품"이라며 "관련 비용을 단순 소비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절세 넘어 투자 플랫폼"…법인의 산업적 기능
연예인 법인은 단순한 절세 수단을 넘어 '투자 플랫폼'으로도 기능한다. 개인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기 쉬운 반면, 법인 수익은 사내 유보를 통해 콘텐츠 제작, 인력 고용, 사업 확장 등으로 재투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K-콘텐츠 산업의 성장과도 맞닿아 있다. 콘텐츠 제작 규모가 커지고 글로벌 협업이 확대되면서 개인 단위보다 법인 단위의 운영이 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에선 연예인의 법인화가 일반적인 구조로 자리 잡았다.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선 연예인이 법인을 통해 계약과 수익을 관리하는 방식이 보편화돼 있다. 반면 국내에선 명확한 기준 없이 사후적 판단이 반복되면서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이러한 제도적 공백이 K컬처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글로벌 프로젝트와 투자 유치 과정에서 법적·세무적 기준이 불명확하면 거래 비용과 리스크가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연예인 1인 기획사 논쟁의 해법으로 '정교한 기준 설계'를 제시한다. ▲1인 기획사와 개인 법인의 법적 정의 명확화 ▲엔터 산업 특화 비용 인정 기준 마련 ▲법인 실체 판단 기준 구체화 ▲민관 공동 가이드라인 수립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사무국장은 "연예인 개인 법인을 무조건 규제할 것이 아니라 제도권 안에서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K컬처의 글로벌 확장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