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각사
약 51조원 규모 서울시 금고를 둘러싼 초대형 승부가 시작됐다. 평가 기준 개편으로 출연금 경쟁의 무게가 줄고 금리·운영 역량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판이 뒤집힌 가운데, 신한은행의 방어와 우리은행의 탈환, KB국민·하나은행의 가세 가능성까지 맞물리며 은행권 '빅매치'가 예상된다.
4일 서울시는 현 시금고 약정기간이 올해 말 만료됨에 따라 내달 공개경쟁을 통해 차기 시금고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차기 시금고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서울시 각종 세입금 수납과 세출금 지급, 예금 종별 자금관리 등을 맡는다. 1금고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2금고는 기금을 각각 담당한다.

이달 9일 제안서 설명회를 열고, 5월 4일부터 6일까지 제안서를 접수한 뒤 같은 달 중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통해 금고별 최고 득점 기관을 1금고와 2금고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번 수주전은 단순한 금고 선정이 아니다. 서울시의 올해 예산은 51조4778억원으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대 규모다. 금고은행으로 선정될 경우 대규모 요구불예금 유입과 공공 영업이라는 상징성까지 확보할 수 있어 은행권 기관영업 성과를 가르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서울시는 최근 조례 개정을 통해 금고 지정 평가항목과 배점 기준을 손질하며 경쟁의 룰을 바꿨다. 기존 출연금 중심 경쟁에서 금리와 운영 역량, 시스템 안정성까지 종합 평가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총 100점 만점 기준으로 ▲신용도 및 재무안정성(25점) ▲대출 및 예금금리(20점) ▲시민의 이용 편의성(18점) ▲금고업무 관리능력(28점) ▲지역사회 기여 및 협력사업(7점) ▲기타(2점) 등이 반영된다.
신한VS우리…KB·하나도 가능성
현재 구도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양강 대결구도가 뚜렷하다. 신한은행은 2018년 서울시 1금고를 차지한 데 이어 2022년 수주전에서는 1·2금고를 모두 따내며 서울시 금고 사업을 독식하고 있다. 이번에도 지난해 말부터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전략을 구체화하며 수성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탈환 의지가 강하다.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이어 온 관계를 2018년과 2022년 내어준 만큼 내부적으로도 상징성 회복 필요성이 크다는 평가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아직 참여 여부를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변수로 꼽힌다. 금융권에서는 두 은행 모두 내부적으로 사업성을 검토하며 대응 전략을 마련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이 시금고 확보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저원가성 예금이다. 50조원대 금고 규모를 고려하면 약 5조원 이상의 평균 잔액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 위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서울시 주거래 은행이라는 상징성은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영역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만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2022년 입찰 당시 신한은행은 약 3000억원 수준의 출연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산 구축과 인력 운영 비용까지 더하면 실제 부담은 더욱 커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울시 금고는 규모와 상징성을 동시에 갖춘 사업"이라며 "공무원, 산하 기관의 급여 계좌를 담당해 고객 확보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