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A 출시 계기로 증권사들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출시를 기념해 서울 영등포구 NH투자증권 본사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진행한 모습. /사진=뉴시스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출시를 계기로 증권사들의 '서학개미 모시기'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수수료 면제와 환율 우대는 물론 골드바와 현금 리워드, 주식 쿠폰, 항공권, 투자 지원금까지 내걸며 고객 선점전에 나선 모습이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RIA 출시 증권사는 23개사다. 가입 계좌 수는 9만1923좌로 집계됐다.

누적 잔액은 4826억원이다. 2월 말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 주식 보관액은 1739억8717만5521달러(약 258조3000억원)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현재 RIA 유입 자금은 아직 미미한 단계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5월 말 양도소득세 100% 공제 시한이 가까워질수록 본격적인 자금 이동이 진행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RIA는 2025년 12월23일 기준 보유한 해외 주식을 계좌 내에서 매도한 뒤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 예탁금 등에 1년 이상 투자하면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제도다. 개인당 해외 주식 매도금액 5000만원 한도 내에서 5월 말까지 매도하면 100%, 7월 말까지는 80%, 연말까지는 50%를 공제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RIA가 단순 세제 혜택 계좌가 아닌 해외로 유출된 개인 자금을 국내 증시로 이동시키는 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증권사들은 해외 주식 고객을 국내 주식과 자산관리 고객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보고 있다.


이에 초기 고객 유치를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해외 주식 자금이 국내 주식으로 이동하면 브로커리지 수익뿐 아니라 향후 펀드와 연금, 자산관리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RIA 계좌 개설 고객을 대상으로 총 1억원 상당의 골드바와 1000만원 상당의 골드코인, 현금 5000만원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내걸었다. NH투자증권은 RIA를 개설한 고객 중 선착순 5만명에게 투자지원금 1만원을 지급한다. 금 추첨 이벤트도 함께 진행해 금 한 돈 1명, 반 돈 2명, 1g 3명을 선정한다.

신한투자증권은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연말까지 해외주식 매도수수료 우대와 환율 95% 우대, 국내주식 매매수수료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선착순 5만명에게는 최대 1만원의 금융투자상품권도 준다.

하나증권은 이벤트 신청 후 계좌를 개설한 고객 중 2000명을 추첨해 최대 10만원 상당의 국내주식 매수쿠폰을 제공한다. 여기에 RIA 계좌에서 해외주식을 매도하면 금액에 따라 최대 12만원의 국내 주식 투자 지원금을 지급한다. 카카오페이증권은 RIA 계좌 개설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총 여기어때 100만포인트, 대한항공 항공권 50만원권, 대한항공 항공권 30만원권 등 상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RIA는 향후 국내 증시의 중장기 수급을 재편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은행 환전소 전광판. /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RIA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증권사들의 마케팅 전쟁이 한동안 더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계좌 개설만 유도하는 단계를 넘어 환전, 국내 주식 재투자, 잔액 유지까지 고객 행동 전반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이벤트가 진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RIA 시장은 증권사 WM(자산관리)의 핵심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RIA 계좌를 개설하는 투자자들은 일반 개인보다 해외 주식 투자 경험이 풍부하고 일정 규모 이상 자산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

특히 해외주식에서 수익을 실현한 뒤 절세 효과를 고려해 국내로 자금을 옮기는 고액형 및 경험형 투자자들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단순 신규 고객 확보를 넘어 WM 고객으로 확장할 수 있는 핵심 타깃인 셈이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RIA는 단기적인 세제 유인에 그치기보다 자금 흐름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구조적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특히 환율 환경, 글로벌 증시 대비 상대적 수익률, 정책 신뢰도 등 복합적 변수들이 긍정적으로 맞물린다면 자금 환류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RIA는 단기적 성과를 가늠하기보다 국내 증시의 중장기 수급 기반을 재편하는 전환점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의무 보유 기간이 종료된 이후 자금이 다시 해외로 빠져나갈 우려도 나온다. 현재 RIA는 1년 이상 국내 자산을 유지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일정 기간 자금을 묶어두는 효과는 있지만 이후에는 다시 해외 투자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상품 다변화와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 등 증권사들의 개별 WM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 투자 자산 증가는 자산관리 서비스 니즈를 높이는 요인"이라며 "대중 부유층에 대한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가 향후 관건이라는 관점에서 단순 금융상품 판매가 아닌 자산관리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