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사진=뉴스1
한국 경제 성장률을 둘러싼 하방 압력이 짙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세계경제전망(WEO)'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우리나라 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낮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고유가, 고금리 장기화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성장 경로 전반이 아래로 향하는 흐름이다. 주요 기관들도 잇따라 전망치를 낮추며 경기 둔화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OUTLOOK: 성장률 하향 조정 현실화되나]
IMF는 오는 14일 발표하는 '4월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전 세계와 주요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할 예정이다. 앞서 IMF는 지난 1월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9%로 전망했지만, 이후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대외 여건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하향 조정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IMF 수장도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12일(현지시간) CBS 인터뷰에서 중동지역 분쟁과 관련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될 것"이라며 "조정 폭은 전쟁의 지속 기간과 생산이 이전 수준으로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이 없었다면 2026년 성장률을 소폭 상향 조정할 계획이었다"고 덧붙였다.

IMF가 중동 상황을 세계 경제의 핵심 하방 리스크로 공식화한 만큼 이번 4월 전망에서는 성장률 하향 조정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국내 경기 상황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우리 경제가 내수와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왔지만, 3월 들어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확대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다시 커졌다고 진단했다.

KDI 관계자는 "석유류 가격 상승으로 인해 물가 상승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세계 경기 불안에 따른 수출 여건 악화가 기업들의 투자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ISK: 중동 변수·유가 상승이 키우는 하방 압력]
한국은 원유 도입량의 약 7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다.

특히나 고유가는 단순히 물가 상승에 그치지 않고 생산 비용 증가와 내수 위축으로 이어진다. 세계 경기 불안으로 반도체 등 핵심 품목의 수출 여건이 악화된다면 우리 경제의 수출 회복세마저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국의 경기 인식도 다시 경계 단계로 올라섰다.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는 8개월 만에 '경기 하방 위험'이라는 표현이 재등장했다.

정부는 소비 등 내수 개선과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로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중동 상황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물가 상승과 민생 부담 증가,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고유가·고금리·대외 불확실성이라는 '3중고'가 맞물린 상황에서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가 글로벌 리스크를 가장 최전선에서 흡수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CONSENSUS: 하향 기조 속 '온도차'…ADB는 상대적 낙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주요 국제기구와 국내외 전문 기관들의 경제 전망이 전반적으로 성장 둔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하향 조정 폭이 다른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 두드러지고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라는 대형 호재에도 중동발 에너지 리스크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진단이다. OECD는 최근 발표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 낮춰 잡았다.

같은 기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2.9%로 유지되고, 일본(0.9%)과 중국(4.4%) 등 인접 국가들이 기존 전망을 고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면 미국은 1.7%에서 2.0%로 0.3%포인트 상향 조정되며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OECD는 한국의 성장률을 낮게 평가한 이유로 '에너지 안보'를 지목했다. OECD는 "한국처럼 중동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큰 일부 아시아 국가는 중동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생산 활동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에서도 경기 인식은 점차 비관적으로 기울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0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 경제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됐다"며, 올해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였던 2.0%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면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시각을 유지해 눈길을 끌었다. ADB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전망치 대비 0.2%포인트 높인 1.9%로 전망했다. ADB는 그 근거로 반도체 산업 호조에 따른 수출 증가, 반도체·국방·바이오 등 전략 분야에 대한 정부 지출 확대 기대감 등을 꼽았다.

다만 이번 ADB의 전망은 중동 갈등이 1개월 이내에 조기 안정화된다는 낙관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분석된 결과다. 또한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으로 인한 경제 파급 효과 등이 아직 반영되지 않아 향후 대내외 정세 변화에 따라 실제 경제성장률은 전망치와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